바람의 심연에 묻어버려라!
앉은뱅이저울, 원고지 모두
사랑
자유
목숨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하는가
삶의 피 튀기는 투전판에서 고! 스톱! 외치기 전
피나 광의 무게, 깊이 재본다고 거들먹거리면서
젊음 도적질해간 시간 사기꾼에게
피박 쓴 것 돌려 달라 달라고 매달리면서
머나먼 섬에 위리안치 되어
제 어머니의 임종도 볼 수 없는
아들의 심정 생각해 본 적 없으면서
초봄 우체국애서
바람의 소맷자락 속 봄내음으로 그린
처용무 족자를 만지작거린다
곰곰 방향 없는 그리움이 몸을 휩싼다
영험한 산천을 찾아
아니면 새벽 정화수로 손바닥 닳도록 빌거나
과수원에서 코고무신 닳아 헐거워져도
끊임없이 보살춤을 추던
어머니
내 생의 채색화 속 연꽃도 나도 유통 기한 없는
그리움이란 속물이 서럽다
눈물이 핑! 돌면서 열린 추억창으로 들어오는
굵은 봄비와 한 몸이 된다
넓은 치마폭에 숨은 바퀴, 오늘따라
바람이 꺼져버렸나
우산도 없이 꾸욱 눌러본다
비바람은 내 치맛자락 끌고 어디로 가려는지
오동나무 가지 후려치면서
번갯불 획 하나 그어 보인다
저 봄바람도 참을 수 없는 무슨 사연이 있나
오늘은 하루 쳇바퀴 굴리지 말고
그 애절한 사연 귀 열고 기다려보자
떨린다는 것은
한 때 고정된 자리에 뿌리박고 싶었다
떨지 않는 게
꿈이라 생각하고 앞만 보고 걸으며
평생 뒤안길 돌아보지 않고
나만의 카리스마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서투른 확신은 늘 화를 부른다
지남철은 정확하게 방향을 가리키기 위해
나뭇잎은 계절을 제 때 돌리기 위해
제 몸을 종일 떨며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단풍
봄여름 하릴없이 하늘만 바라본다
허구헌날 춤이나 추고 있다 나무랐더니
가을이 되니 이제 알겠구나
그냥 논 것이 아니었어
그래 아니었어! 쯧쯧
제 딴엔
모닥불 피우느라
파란 잎 새 위에 불 지피느라 눈물 꽤나 흘렸구나
바람에, 빗물에 생연기 피워 올리면서
하늘기도밖에 할 수 없었겠지
겨울바람에 지쳐 쓰러질 줄 알면서
빤히 알면서도
끝까지 자신을 채찍질하는 오기
짧은 한 생을
활활 타오르는 불꽃 안에서
애끓는 채색으로 처용무 그려달라고 보채며
잠든 내 순정을 깨워 일으키네
동백꽃 엽서
갑자기 피가 흘러요
저 떨어진 동백꽃잎보다 더 붉은 피가 쏟아져요
열네 살 검은 교복, 의자가 흥건히 젖었어요
어머니, 하늘이 무너져요!
딸아, 햇살과 구름이 교차하는
이 어미의 마음 어찌 알겠니?
저 떨어진 동백꽃잎처럼 피가 흐른다는 것은
여자가 된다는 것
그것은 여자의 일생이니
너도 곧 꽃피우고 열매 맺을 수 있단다
한 세월 다 보내고 나니
뒤란에서 숨죽이던 어머니의 눈물
이제사 붉디붉은 동백꽃으로 피어납니다
어머니!
스마트폰
부드러이 센스 있게
그러나 취하진 마시고
꽃송이 속에 활주로 그려두었으니
길 잃어버리지 마시고
벽에 갇힌 나를 깨워
어루만져주세요
기다려요
당신의 입과 귀가 되는
애첩이 되고 싶어요
내 눈길에서 잠시도 벗어나지 마세요
참 싱겁다
바람이
남의 씨앗들 여기저기 퍼뜨리느라
진종일 온 몸 유리 조각나도록 흔들며 허둥댄다
비웃음이
진중하게 생명을 향한 그의 경배를 생각하니
곧 머리숙인다
숨바꼭질
어디 숨었나?
민들레 꽃 속에 숨었다 싶으면
어느새 벚꽃 속에
모란 가슴속에 숨어 밖을 엿보더니
이제 내 귓속에서 남은 일 어서 마무리하라
떼쓰듯 지절댄다
실체를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
아예 따져볼 생각도 못했는데
이제 이명으로 듣기까지 하는 걸 보면
시인이 되긴 되었나
모든 풋내를 익히려고
시간은
저리 새빠지게 숨바꼭질하고 있는 것을
옷 고르기
---아름다운 법문 12
한 때는
달성 공원에 갇힌 공작새가 부러웠다
그 길고 빛깔 화려한 옷자락 끌면서
햇살을 배경으로 한 바퀴 도는 모습이
하도 도도하고 우아했기 때문일까?
겉모습보다 삶을 그렇게 살고 싶었다
부챗살이나 가끔 펴들며 귀부인 흉내를 내면서
오래 살아보니
그것은 내가 입어야할 옷이 아니었다
자신도 모르게
곧 터져버릴 풍선 하나 불어대고 있었던 것
별자리에서 내려와 바람과 같이 숨쉬고
이슬 머금는 들꽃들과 같이 부대끼는
풀, 풀들이 걸친 저 자유로움이
나의 맞춤옷이었던 것을
목단꽃은 지지 않는다
목단꽃 수놓인 양단 이불 모처럼 꺼내 덮어본다. 손수 키운 목화솜 넣어 한 땀 한 땀 시침을 넣으시던 어머니, 그 때 내쉬시던 한숨, 서른 해 지난 이제 모락모락 안개로 피어오른다
맏며느리가 비엔나 왈츠 연주 정도인 줄 알고
그 위에서 피겨 스케이트 춤추며
미끄러지는 법부터 배우겠다는 셋째 딸 보다가
바늘에 찔려, 하얀 이불깃에 핏방울 똑! 흘리시던 어머니
‘뒤란에 핀 모란처럼 붉게 부귀영화 누리라고
손가락도 한 부주하네‘
그 웃음이 어설픈 눈물이었던 걸 이제 알겠다
그래도 걱정은 되는지
‘아들 못 낳으면 어쩌지?’
뭐 좀 안다는 듯 툭, 내뱉는 내 말에
‘딸은 가마타고 떠나기 전 마굿간을 단디 치우는가 보고
참을 인자 천 번을 쓴 뒤에 보낸다 던데......‘
‘그래야, 모란이 눈물처럼 뚝뚝 꽃잎 떨어뜨리는 날도
억척스레 잘 버틸 수 있다는데......‘
어머니, 그 때 그 젊은 날의 꽃봉오리 시집이란 수틀 벗어나 함박, 함박 피었다 이제 한 잎 두 잎 눈물방울처럼 이울고 있습니다. 그래도 까막새 뒤란의 꽃은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 방울이 재 되어 고운 꽃망울 다시 부풀릴 테니, 어머니! 보고 계시나요?
꽃살문 새기면서
나라 잃은 수형 갯바람이 얇은 옷깃을 뚫을까
무명옷 한 벌 짓고 있습니다
저고리 섶과 깃 굴리는 사이사이 젊은 날
함께 그리던 꽃살문 무늬 마음자수로 뜹니다
기억하는지요
새색시 족두리 벗겨주기도 전
우리 생애 꽃살창은 서로 눈빛에 꽃새김하였지요
그 교차점에 조상들 말씀의 수직살을 댄
솟을빗꽃살문으로, 평생 자식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님에겐 연꽃을 새긴
소슬국화모란연꽃살문으로 약속하던 시절
그 봄날이 꿈인 듯 손사래 치며 다가옵니다
지아비가 새기다 만 연꽃살에 물고기 수놓으며
꿈속 찾아오시라 향피리 불고 있습니다
매슨 칼바람이 해방씨앗 하나 닻을 내려
온 나라 태극기 만세 물결치려는지
새벽 정화수가 등짐 진
수인번호에 연둣빛 돛 펄럭이려는지
한 집안 대들보 등 불빛이 가물거리니
아녀자의 긴 갈애 그 끝은 어디쯤인가요
무명 두툼한 솜저고리 품이 저 서릿발
칼날 녹여, 애간장 끓이시는 식구의
웃음꽃살문 새길 날 손 모아 기다립니다
부디 몸 마음 강철이 되어 견뎌주소서
부치지 못한 편지
---애절양 3 [“아침 일찍이 노모에게 서찰을 드리려고 붓을 잡았으나 글을 쓰기도 전에 쏟아져 흐르는 눈물에 젖어 붓을 던지고 마는구나”]
1.어머님,
탱자울타리 가시 벽이 얼마나 처절하고 두꺼웠으면
어머님 임종은커녕
일 년이 지나서야 부고를 접하다니!
갈매기들이 그리 밤낮 끼룩거리는 뜻을 알지 못했으니
당하로 몸을 던져 까무러칠 수밖에 없는
무능한 이 불효자식을 어이하리오!
2.노도 파도소리에 섞여드는 어머님의 한숨소리
날줄 씨줄로 엮어 이야기 한 필 두 필 짜면서
시간의 수레바퀴 채찍질은 핑계
지옥으로 추방되었다가 다시 살아난
양 소유를 꿈꾸었습니다
진채봉, 계섬월, 적경홍, 정경패, 가춘운, 등
팔선녀와 함께 꿈장기 두느라
<구운몽> 한 번 읽어드리기도 전 어인 비보인가요
늦었지만 못난 아들 곡소리 들으시고
극락왕생하소서!
3.여긴 남녘인지라 사월이 벌써 찌는 듯 습해서
기침, 피가래 증세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가을 형님과 걸상을 마주하고 앉았던 일이
마음속 더욱 또렷이 빛남을 깨달았습니다
같은 시기에 귀양 간 공들이 세상을 하직하고 있으니
인생은 진실로 한바탕 꿈인가요
어머님, 병자호란 때 아버지가 순사(殉死)한 뒤
홀로 베를 짜면서 유복자 키우느라
청승스럽던 그 때 그 베틀가 귀에 쟁쟁합니다
4.어머니의 임종을 보지 못해
제 몸을 채찍질하며 곡한다고 기뻐할 어머님 아니시니
여기 <정경부인 해평 윤 씨 행장>을 쫓기듯 기록하는 걸로
뼈에 사무친 불효를 용서 받고자합니다
기다려주옵소서! 곧 만나 뵐 그 날까지
哭 대신 병아리 춤이라도 추어야겠습니다
5.어머니!
헤어진 제형들이 무고하던 그 때
오색비단 입고 즐거이 놀던 그 얼굴들이 그립습니다
조카마저 멀리 남쪽 바다로 귀양 가고
풍파가 거친 탓인지 반년을 두고 서찰이 끊어졌습니다
지금 제 몸은 낙조처럼 병이 짙어만 가는데
죽어 강변에 버려질 백골을 그 누가 거두어 줄까요
아이고!
어머님의 사무친 한 언제쯤 풀리려나
*김만중의 〈서포집〉<북헌집>참조
남편이
-애절양 6 [식칼 갈아 방안으로 들어가더니
"자식 낳은 것이 바로 죄로다!"]다산의 애절양 부분
1. 아들을 낳으면 아버지, 본인, 갓 태어난 아기까지
군역을 하는 것으로 등록되어 가혹한 세금을 추징당하는 것이 두려워 남근을 잘라버리거나 제 갓난아기를 끓여먹기도 하는 갈대들의 슬픈 시를 읽는 밤
2.'수령이 백성을 위해 있는 것인가,
백성이 수령방백을 위해 태어난 것인가? '
유배지에서 다산은 비로소 눈, 귀 열려
민주 생명의 불씨 하나 심을 수 있었으니
200년 전보다 지금은 좀 살기 나아진 것일까
남편이 택배기사여서 자식을 네 명이나 내다버린 에미
구제역으로 마구 살 처분한 소 돼지들
바람소식은 사흘이 멀다 하고 남의 애간장 끓인다
안테나 속 높은음자리표는
돌아가면서 유배 세상 아프게 맛보고 있다
3. 이젠 또 소 값이 개 값이어서
비싼 사료 때문에 소를 굶겨 죽이는 농민들, 갈밭울음과 한숨 삶아 치대는 소리 얼시구! 한술 더 떠 소를 굶겨 죽인 농가에 과태료를 부과한다니 갈잎들의 갈잎눈물 머금은 별똥별이 얼마나 떨어져야 저 무딘 철가슴들 뚫어 실낱 빛 바라볼 수 있는가
이 판국에 나는 무엇을 거세해야 사나
먼 바다 바라보며 겨우 시나 몇 수 적어 한을 풀어야 하는
한 사내의 마음 밑바닥, 그 골짜기 후벼 파 뒤적여 보는 수밖에
4. 사마천은 그것을 잘랐다고?
갈잎들은 목구멍 거미줄을 위해 기둥을 자르고
지금 여덟 살 여아들에게도 마구 연장을 휘두르며
기둥 세우기 바쁜 이 시대의 사이코패스들
저 야차들의 길 잃은 양물은 왜, 그대로 두는가
서포 어머니 윤씨의 베틀가
-애절양 1 [ " 이 어미는 비록 끼니가 없더라도 네 형제가 읽어야 할 책은 한 권도 놓치지 않을 테다. 그러므로 .....이 어미의 허리가 휘도록 '이 책을 보고 싶습니다.' , '저 책을 보고 싶습니다.' 하는 게 효라는 것을 명심하도록 하여라." ]
1.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더라면
생일 때마다 형제가 색동옷 입고 춤추더니
유복자 내 아들
"아직껏 향내 나는 책과 구린내 나는 책을 구별하지 못한단 말이냐?" 며
물푸레회초리로 꾸짖던 그 시절
지아비 먼저 보내고 베 짜고 수놓는 것으로
빌린 책을 베껴서 가르쳤다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더라면 서해 노도 사이에서
서로 위리안치당하는 일 없었을 텐데
아들 유배당한 죄인은
날짐승이 심장을 쪼아 먹는 유배지로 떠나야 하지
장하다! 내 아들
날 선 칼에 꺾이지 않는 성품 부끄러워 마시게
그댄 인생의 실패자가 아니니라
이제 생의 뒤안길에서 숨은 바람의 길 찾아보시게
2. 파도 속 굴곡진 어둠과 생을 씨줄 날줄로 촘촘히 베를 짜시게
꼿꼿한 뼈대씨줄에 천둥소리, 피눈물 날줄이
살결 촘촘한 천 한 필 남기리니
긴 한숨천 말코에 말면서
도투마리 돌려 깨진 거울 속 날실 한 고괭이 풀면서
온갖 잡념 실꾸리 든 북집과 바디집 바쁘다보면
뭔가 환한 소리길 나타나지 않겠는가?
적막이 짠 그리움 속 눈물구비
회심의 잿물에 헹궈 햇빛에 바짝 말려야 한다네
업장이 조금이라도 소멸되어 반짝 반짝 빛나는 천
수틀에 한 뜸 한 뜸 발효시킨 자수들
구름 이야기로 살아나리니
여낙낙한 지어미 얼굴도 아이 해맑은 웃음도
솔잎수 뜨기 하다보면
먹구름은 빠르게 흘러가기 마련이라
3.저승도 모자간의 마음 오가는 길 막을 수 없을 터
자네 탄식과 의구심 다 씻은 옷감으로
수의 한 벌 손 박음질해 에미 무덤에 덮어 주시게
저승도 모자간의 마음 오가는 길 막을 수 없을 터
목 놓아 한 번 불러보노라
내 아들 선생(船生)아,
에헤요 베틀을 놓자 베틀을 놓자 *
베 짜는 어미의 사랑 노래에 근심만 지는구나.
*베틀가의 후렴
남편이
-애절양 6 [식칼 갈아 방안으로 들어가더니 "자식 낳은 것이
바로 죄로다!"]다산의 애절양 부분
1.
아들을 낳으면 아버지, 본인, 갓 태어난 아기까지 군역을 하는 것으로 등록되어 가혹한 세금을 추징당하는 것이 두려워 남근을 잘라버리거나 제 갓난아기를 끓여먹기도 하는 갈대들의 슬픈 시를 읽는 밤
2.
'수령이 백성을 위해 있는 것인가,
백성이 수령방백을 위해 태어난 것인가? '
유배지에서 다산은 비로소 눈, 귀 열려
민주 생명의 불씨 하나 심을 수 있었으니
200년 전보다 지금은 좀 살기 나아진 것일까
남편이 택배기사여서 자식을 네 명이나 내다버린 에미
구제역으로 마구 살 처분한 소 돼지들
바람소식은 사흘이 멀다 하고 남의 애간장 끓인다
내 높은음자리표는
돌아가면서 유배 세상 아프게 맛보고 있다
3.
이젠 또 소 값이 개 값이어서 비싼 사료 때문에 소를 굶겨 죽이는 농민들, 갈밭울음과 한숨 삶아 치대는 소리 얼시구! 한술 더 떠 소를 굶겨 죽인 농가에 동물학대로 과태료를 부과한다니 갈잎들의 갈잎눈물 머금은 별똥별이 얼마나 떨어져야 저 무딘 철가슴들 뚫어 실낱 빛 바라볼 수 있는가
이 판국에 나는 무엇을 거세해야 사나
먼 바다 바라보며 겨우 시나 몇 수 적어 한을 풀어야 하는
한 사내의 마음 밑바닥, 그 골짜기 후벼 파 뒤적여 보는 수밖에
4.
사마천은 그것을 잘렸다고?
갈잎들은 목구멍 거미줄을 위해 기둥을 자르고
지금 여덟 살 여아들에게도 마구 연장을 휘두르며
기둥 세우기 바쁜 이 시대의 사이코패스들
저 야차들의 길 잃은 양물은 왜, 그대로 두는가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애절양7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육사의 절정(絶頂) 부분
서릿발 칼날 우에 서서
밤낮 이 나라를 지켜 잠 못 드는 그
경상도 안동 사나이
보이지 않는 수인 번호 264 쉰 목소리에
거미들만 녹슨 줄을 칠 뿐
그의 피맺힌 성대의 떨림 감지하면서도
나는 내 밥줄만 챙긴다
어쩌다 걸린 고추잠자리 한 마리
그 떨림에 맞춰 온 몸 흔들어댄다
쓰리 고! 고! 고! 외치면서
네 설사, 비 한 사리 주워 먹으면
독도, 내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 저 작은 섬
그게 누구 땅인들 무슨 상관이냐 이죽거리며
베틀가
-애절양 1 [ " 이 어미는 비록 끼니가 없더라도 네 형제가 읽어야 할 책은 한 권도 놓치지 않을 테다. 그러므로 .....이 어미의 허리가 휘도록 '이 책을 보고 싶습니다.' , '저 책을 보고 싶습니다.' 하는 게 효라는 것을 명심하도록 하여라." ]
1.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더라면
생일 때마다 형제가 색동옷 입고 춤추더니
유복자 내 아들
"아직껏 향내 나는 책과 구린내 나는 책을 구별하지 못한단 말이냐?" 며
물푸레회초리로 꾸짖던 그 시절
지아비 먼저 보내고 베 짜고 수놓는 것으로
빌린 책을 베껴서 가르쳤다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더라면 서해 노도 사이에서
서로 위리안치당하는 일 없었을 텐데
아들 유배당한 죄인은
날짐승이 심장을 쪼아 먹는 유배지로 떠나야 하지
장하다! 내 아들
날 선 칼에 꺾이지 않는 성품 부끄러워 마시게
그댄 인생의 실패자가 아니니라
이제 생의 뒤안길에서 숨은 바람의 길 찾아보시게
2. 파도 속 굴곡진 어둠과 생을 씨줄 날줄로
촘촘히 베를 짜시게
꼿꼿한 뼈대씨줄에 천둥소리, 피눈물 날줄이
살결 촘촘한 천 한 필 남기리니
긴 한숨천 말코에 말면서
도투마리 돌려 깨진 거울 속 날실 한 고괭이 풀면서
온갖 잡념 실꾸리 든 북집과 바디집 바쁘다보면
뭔가 환한 소리길 나타나지 않겠는가?
적막이 짠 그리움 속 눈물구비
회심의 잿물에 헹궈 햇빛에 바짝 말려야 한다네
업장이 조금이라도 소멸되어 반짝 반짝 빛나는 천
수틀에 한 뜸 한 뜸 발효시킨 자수들
구름 이야기로 살아나리니
여낙낙한 지어미 얼굴도 아이 해맑은 웃음도
솔잎수 뜨기 하다보면
먹구름은 빠르게 흘러가기 마련이라
3.저승도 모자간의 마음 오가는 길 막을 수 없을 터
자네 탄식과 의구심 다 씻은 옷감으로
이야기 수의 한 벌 손 박음질해 에미 무덤에 덮어 주시게
저승도 모자간의 마음 오가는 길 막을 수 없을 터
목 놓아 한 번 불러보노라
내 아들 선생(船生)아,
에헤요 베틀을 놓자 베틀을 놓자 *
베 짜는 어미의 사랑 노래에 근심만 지는구나.
*베틀가의 후렴
꽃살문
-----애절양 2 "내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말아라. 그릇된 일을 보고도
죽음이 두려워 옮음을 행하지 않는다면 그 것이
오히려 상감께 불충이요, 나라를 배반하는 것이다."
1.피죽이라도 한 사발 끓여 드시는지
서방님,
아침저녁 정화수 떠 올려 손바닥 닳도록 빌고 또 빕니다
노도 갯바람이 님의 얇은 옷깃을 뚫을까
한 땀 한 땀 무명옷 한 벌 짓고 있습니다.
저고리 섶과 깃 굴리는 사이사이 젊은 날 그리던
꽃살문 무늬를 마음으로만 수놓습니다
2.기억하시나요?
새색시 족두리 벗겨주기도 전에
우리 생의 꽃살창은 서로의 눈빛에 꽃 새김하고
그 교차점에 조상들 말씀의 수직살을 댄
솟을빗꽃살문으로, 평생 자식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니에겐 연꽃을 새긴
소슬국화모란연꽃살문으로 약속하던 시절
그 봄날이 꿈인 듯 멀리서 손 사레 치기도 합니다
3."어미를 받들고자 나라위한 바른말을 못한다면
오히려 이 에미에 대한 불효이니라." 시며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던
꿋꿋하시던 어머님 결국 몸져 누워계시는데
이제 누구의 어리광이 근심 진 얼굴 펴드리겠습니까
참나무는 숯이 되어 다시 불꽃을 피우지만
타서 재가 되지도 못하는 저 숯껌정 속은
무겁기만 하여 숨을 쉬지 못하십니다
4.구름 이야기를 쓰고 계시다는 바람결 소식에
이제나 저제나 종일 방문 쪽으로 귀를 열고 계십니다
서방님께서 새기다 만 연꽃살에 물고기를 수놓아
꿈속에라도 헤엄쳐 오시도록 기도하며
저는 밤낮 향피리 불고 있습니다
서방님,
임금이 후궁과 놀아난들 무슨 상관이어요?
한 집안 대들보가 무너지면
온 세상이 폭풍 휘몰아치는 것을
5.어리석은 아녀자의 신세한탄 가락
바람이 듣고 급히 달려갑니다
그저 무심한 바람울음소리 인 냥
어머님의 베틀가인 냥 글 쓰는 일에만 몰두하시고
서방님 부디 몸 보전하시어
광산 김 씨 집안 씨기둥을 바로 세우소서!
대감이 불어주기만 기다리는 향피리, 저는
아이들과 밤마다 노도 파도 아래로 징검다리를 놓다가
끼룩끼룩 하늘을 배회하는 갈매기 날갯죽지에
매달리기도 합니다
곡소리
-애절양 4 [서포가 적소에 위패를 모셔놓고 곡할 때마다
섬사람들이 마음 아파하고 슬퍼하였으며, 이웃
할머니는 사립밖에 낮아 있다가 곡哭이 그치면
자리를 뜨기를 하루도 거르지 아니 하였다한다. ]
*서포연보에서
에고! 천신, 지신이시여
저 시나위 젓대의 산조 곡소리 좀 들어 보소
해 지나서야 모친 졸하신 소식 듣는 불효자의 한
진양조 가락 스믈 넷 절기마디로 꺾어가는 소리
대금의 청가리개, 갈대 속껍질 바르르 떨면서
애간장 끊어지누나!
세상 모든 파도를 잠재우는 만파식적이라 했거늘
깊은 회한에 가슴 쥐어뜯는
덩--/---/---/---/따-ㄱ/따ㄱ딱/
덩--/---/---/---/딱따ㄱ/딱-딱/
덩--/---/---/---/또드락/따ㄱ딱/
덩--/---/---/---/덩더ㅇ/덩-덩/
나도 모르게 두드리고 있는 심장의
저 느린 진양조장단이
이 늙은 할미 숨통을 조르는 구나
아으!
한 목숨 소등하는 일
초파일 지난 연등에 촛불 끄듯 하시는가
아슬아슬 흔들리기만 하는
저 외줄타기 바람의 숨 줄이 바로 양반네들
명줄인 거라
어미가 바로 제 집인 것을
쯧! 쯧! 우야노 징하고도 징한 저 징소리!
귀신들도 가슴 미어터지겠네
청컨대 한 말씀 올리고 죽겠습니다
-애절양 5 [ 신의 손자 이봉상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피하느라 미처 자수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성상께서 죄를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적을 기록하고 벼슬도 내리셨습니다. 이 봉상이 다시 살게 되었습니다. 천지의 넓음도, 하해河海의 깊음도 성상의 인자함에 비유하겠습니까 성상의 은혜가 깊고도 깊지만 신은 감히 참수斬首의 형벌을 청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조실록」 서포의 딸 김씨의 편지
1.은어들처럼
제 먹이 잡으려다가
여름 놀림 낚시꾼에 잡힌 이 씨 집안
멸문지화 한을 태워 겨우 목숨 보전한
바람 앞 등불여인입니다
꺼질듯, 꺼질듯 생을 살풀이춤으로 기도하며
겨우 숨 쉬고 있습니다
한번 떨어뜨린 흰 수건 다시 집어 올리기 힘들어
종의 자식 죽여서 신의 손자 살렸습니다
한 집안의 불씨 꺼뜨리지 않는 게 광산 김 씨의 딸로서
부끄럽지 않은 길이기에 어쩔 도리 없었습니다
제발 참수해주시옵소서!
2.일순간 돛대도 부러지고 돛은 갈가리 찢어지고
삿대도, 노도 없이 가랑잎 배 하나가
이 거대캄캄한 파도를 혼자 헤쳐 나가야 합니다
살아도 산 것 갖지 않은 손자는 먼 귀양길에서
서로 애타게 손만 흔들고 있으니
모래밭에 썩은 밤 심어두고 싹 나기를 기다려야하는
땅 끝 깊고 깊은 우물 안에 갇힌 여인들
양반 가문이란 감옥에 갇혀
엎드려 흐느낄 여유조차 빼앗겼습니다
오로지 살아야한다
내가 살아야, 저 마지막 불씨 살려야
쓰러진 기둥 바로 세울 수 있느니
아아, 죽기보다 못한 목숨의 구차함이여!
가도 가도 천리 길
-애절양 8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 ] 한하운의 소록도 가는 길 부분
돌팔매질이
허름한 띠 집마저 빼앗아버리는구나
내 천형의 뿌리 찾아 거슬러 오르다가
씨의 더러운 근성, 차라리 노래하련다
보리밭에 숨어 달울음 잡아먹다가
피-ㄹ닐니리 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면서
한 마리 파랑새 되어 훨훨 날아가련다
날아오를수록 하늘이 왜 이리 캄캄한가
이것도 목숨이라고 살아야하는가
앙탈부리는 이 가슴에 진정한 하나님이 살아계시어
감사, 감사드립니다!
서러운 땅
-애절양 9 [지난해 귀여운 딸애 여의고 올해는 사랑스런 아들까지 잃다니 서러워라 서러워 라 광릉땅이여 두 무덤 나란히 앞에 있구나] 허난설흔의 시 <哭子곡자> 부분
남편은 노류장화 풍류노다지에
오빠 동생은 유배지로, 가까운 것들 육신을 다 빼앗기고
도깨비 불 섬뜩한 묘지에서 실오리 넋을 부르다가
아녀자의 가녀린 어깨를 치는 혹독한 징채들
혼이 빠져 달아난 징은
책과 먹으로 시름을 달랠 수조차 없구나
삼 십 구수*의 짧은 한 생이 백년보다 길게 노을치는
어둠의 장막
소리파도 삼키며 피눈물 흘리는
그리움 한 줄기 연꽃으로 그리며
목숨의 연당에서
소신공양하는 일 차라리 슬픈 행복이어라
시인이기에 다행이네
채련가 부르며 한지에 연꽃 봉오리나 뜯어 말리고
내 생의 허술한 울타리 넘어 꽃나무 가지들
바람에 꺾일까 저어 저어하며
죽음의 날갯죽지에 걸린 검은 하늘을 그리워하네
*27세
아들이
-애절양 10 [ 중국 땅으로 도강하다가 잡혀 감옥에서 영양실조로 다 죽게 됐다는 연락을 받고, 아들 한 번 살려보겠다고 이집 저집 다니면서 펑펑이 가루(뻥 튀긴 강냉이 가루) 20kg을 겨우 만들어 온 깡마른 할머니 겁이 나서 말을 더듬자 단속원이 기어이 집으로 돌려보내버렸다] 조선일보 2000년 2, 19일자 신문 기사
포은 정몽주 어머니 이씨의 태중훈문(胎中訓文)
-애절양11「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 / 성낸 까마귀 흰 빛을 새 울세라 / 청강에 깨끗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
몽란아, 네 마음은 항상 이렇게 불같이 뜨거워야 한다 오늘도 조옹대에서 낚시 줄 드리우고 무엇을 기다리고 있느냐
아들아,
내 너를 항상 붉은 안감으로 옷을 만들어 입히는 뜻은
늘 불같이 뜨겁게 살라는 뜻이다
명자 꽃처럼 붉은 마음, 단심丹心은
곧 변치 않는 마음이란 뜻이기도 하니라
모든 일에 불같은 열의로 충성하라는 뜻이니
아무리 좋은 종자라도 가꾸는 것을 소홀히 하면 꽃이 핀 듯 만 듯, 열매도 제 구실을 할 수 없으니 동물들이나 인간의 수태 중 태중교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지
아기를 가지면 옛 성인들의 가르침 행적을 더듬고 이를 선망 사모하여
훌륭한 군자 낳기를 소원해야 하느니 간곡한 마음이 보통 사람은 견디기 힘든
참을성이란 나무 한 그루 가꾸어야 하느니
자상하면서 강인하게 자란 나무들 그 가르침에 설령 고사목이 되더라도
죽어도 영원히 살아남는 짙푸른 밤바다의 등대가 될 것이니 폭풍 속
내달리는 바람의 말갈기가 될 것이니
꽃소금
미안하다
꽃은 이미 지는 길인데
잎은 새삼 싱싱 하늘을 한번 찔러 보겠다는
상사화에 진정 미안하다
이미 노을길에 물든 꽃 한송이
새삼 본능에 눈을 뜬다
제 이파리와 가지 그리고 발등까지 쓰다듬으며
봉실봉실 꽃봉오리 다시 피워볼 꿈에 젖는데
시간은 화살따라 쏜살같이 달려가면서
그 상사화의 뒤늦은 후회 놓아주지 않는다
그런 마음 앙금으로 가라앉혀
짭잘한 결정체가 된다면
울림이 큰 시 한편 남긴다면
베토벤 챌로 소나타 3번</b>
------아름다운 법문 71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햇살이 벚나무에만 앉아있다고 절대
시샘하지 않았는데
그저 바라봤을 뿐
새초롬히 입술 앙다물고 있던 그들이
조롱조롱 달린 입술들 다 내세워
왜 저렇게 수선스러운가
지금, 2005년 삼월
중동의 폭발하는 불꽃에 대해
반전 촛불 시위라도 하는 건가
투덜거리다가 가만 귀대고 한참 들어보니
때를 기다리라고
기다려야 꽃이 핀다고
봄이 온다고
오지랖 넓게 나를 다독이느라 저리 소란스러운 것을
운명교향곡
------바람 불다 71</b>
바위 속 잠든 부처를 깨트리려고
날마다 돌부리 두드리며 얘기 나누다가
그 바위에 꽃씨를 뿌리기도 해야 한다며
어쩌다 싹이 튼 새싹을 꽃샘바람막이로
따순 입김으로 키워
세상그늘 다스릴 꽃미소를 위해
시인은 죽어서도
제 속에 숨은 꽃뱀의 가시까지 깨워야 한다며
바람비늘부터 비린내의 한숨까지
숨구멍 속 작은 솜털먼지까지도 그리고
휘휘함과 흐놀함*까지도 삼켜
그들 그림자의 부스러진 뼈도 녹여야 한다며
* 그리움
늦기 전에
---아름다운 법문 70</B>
이 겨울 속바람에 떨면서도
새빨간 입술연지를 바르고 있는 부겐베리아
입 꾸욱 다물고 바라보고만 있는 내게
더 늦기 전에
꽃잎 떨어지기 전에 ‘고맙다’ ‘예쁘다’
어서 인사하라고 재촉한다
떠나고 난 뒤 입에 발린 소리로
아이구 그럴 걸 저럴 걸 하는
내 버릇을 히안하게 잘 아는지
하기사 어머님 살아생전 우울증으로
원망하고 우느라
자리보존하면서 용서를 빌기 다급하시더니
다시 돌아올 수 없어 더욱 소중한
가족의 젊음 그 그늘에
날마다 한숨꽃을 소복이 피웠다시며
수평선 야상곡</b>
-바람 불다 66
지워도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너와 나 사이의 저 경계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너울지는 선의 갯바람 지워버릴 수는 없는가
아니, 지워서도 안 된다네
살과 살 그 틈새엔 곡선이지만 線이 있기에
꽃잎과 나비, 불과 물
그로 인해 모두 꼿꼿이 서 있을 수 있다며
서로 긴장의 끈 끝내 풀어놓을 수 없는
그것이 또한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 있다며
어젯밤 나를 지워보겠다던 그
야릇한 선, 하나 더 긋고 이울었네
그런 이유 무작정 다 버리고
너와 나 한 마음, 한 몸으로 꽃피울 수 없는가
이미 능소화 꽃 지고 잎은 날아가는데
안녕! 오늘도 또</b>
-바람 불다 68
밤마다 안녕! 이란 인사 나누기 안타까워서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또 안녕이야?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안녕이란 말 한 마디가 햇살이 되어
밤 바닷바람에 언 눈동자 잠시 녹이기도 하지만
가늘디가는 침이 폐부 깊이 찌르는
이별이기도 하다 그런 것보다
또 하루를 별 소득 없이
흘려보내만 하는 시간의 강 ,거부할 수 없는
제 무능이 얄미워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문을 열어
푸르게 얼어붙은 밤하늘 보며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위해
안녕! 섬광 한 줄기 보내고 잠자리 든다면
꿈자리 이끄는 길목바람 고요해지는 것은 아닌지
이제부터 안녕! 이란 말에 생크림을 얹어
더 달콤느끼하면서
아삭하게 씹히는 맛으로 속삭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