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나무가 가시를 솎아내고 있다
꽃다운 꽃을 피우기 위한 과정
울부짖는 생살을 꾸짖으며 가시를 솎아낸다
떨어져나가서도 가시인 줄 모르는 가시는
뿌리의 근원을 찾아 더 날카롭게 파고든다
분노가 된 가시는 알뜰히 기억한다
수많았던 길들이 기어이 지워졌다 할지라도
시발점은 언제나 명료했던 것
너무 긴 울음은 꽃의 울음이 아니다
울음이 갈수록 꽃은
제 뼈를 갉아대는 가시가 된다
장미나무가 장미다운 꽃을 피우려면 손수
제 몸의 가시를 솎아내야 된다는 것
묘사의 정석
정 숙 [시인]
현대인은 이미지를 모르면 문맹이라는 말 누가 했던가?
용서라는 관념적인 단어를 장미의 가시라는 사물로 묘사하여 감각화 하고 구체화한 시를 소개하려 한다. 세상이란 험한 바다에 살다보면 물론 좋은 사람이 더 많지만 많은 배신자를 만나게 되고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 가시를 곧추세우게 된다.
어느새 온 몸은 가시투성이, 그 가시들이 제 생살을 찌르고 뼈를 갉아먹고 울다가 결국 스스로 떼어내어야만 한다. 시인은 그 가시들을 떼어내면서 또 다른 아픔으로 시를 쓰고, 좋은 시로 승화시켰을 때 아름다운 꽃 한 송이 피운 것 같은 공감을 얻게 된다.
용서란 거룩한 단어를 이처럼 확실하게 그림으로 그려 형상화한 시인의 묘사력을 보며
젊은 우체부 마리오를 생각한다.
“파블로 선생님 시가 무엇인가요?”
“은유가 무엇인가요?”
고뇌에 찬 그 청년이 베아트리체란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를 나비가 날갯짓하는 것 같다 며 겨우 말문이 트이는 기쁨과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떠지는 그 과정들, 시집 몇 권 발표해도 모르고 지나가는 문맹인 필자를 반성한다.
자신만의 창조적인 말 한 마디를 뱉어 내려는 검은 눈동자와 그 앞에서 아무 생각 없이 먹어대는 눈은 뜨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당달봉사인 한 남자가 오버랩 된다.
터럭 한 잎 걸머지고
-고 최명길 시인에게
박호영
산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
설악 깊은 곳 찾아 정좌하셨는가
그대 말씀대로
터럭 한 잎 걸머지고
우주 속으로 들어가셨는가
오월의 녹음 향그러운데
그대 홀연 자취 없고
그대가 남겨놓은
맑은 그림자의 시들만
청음으로 곳곳에 스미어 있네
그러나 죽음이란 없는 것
다만 다른 삶의 길이 있을 뿐
이제 진정 콧구멍 없는 소*가 되어
풀피리 불고 한바탕 춤이나 추며
훨훨 정토의 길 가소서
아름다운 기도
정 숙 [시인]
올 한 해는 가까이 잘 알진 못해도 멀리서 지켜본 시인 두 분이 돌아가셨다. 시인의 시처럼 죽음이 아닌 다른 삶의 길, 천국이나 정토의 길로 바쁘게 가신 것일까? 최명길 시인은 목천 만해 님 시인상 시상식에서 처음 만난 시인이다. 은둔 시인으로 고독과 허무를 탐구한 시인으로 높이 평가받은 시인이다. 검은 먹물 옷에 검은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시인은 그 때 벌써 죽음의 그림자를 짊어지고 있었는지 수상 후 얼마가지 않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콧구멍 없는 소*는 최명길 시인의 시집 제목이기도 하지만 경허스님의 오도송에 들어 있기도 한 말이다.
“중은 시주 밥만 축낸 관계로 죽어서 소가 된단다.” “그러나 소가 되어도 콧구멍이 없는 소만되면 되지” 하는 사람들의 수근거림에서 경허스님이 깨달은 말이라고 한다.
평생 못을 뽑으면서 ‘못에 관한 명상’ 2집을 출간하고 서둘러 가신 김종철 시인도 필자가 등단 시상식을 대구에서 할 때 ‘못에 관한 명상’ 시집이 나와서 많은 반향을 일으켰고 그 자리에서 5권까지 못 뽑는 작업을 하겠다고 선언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시인이다.
그런 사실을 전달하려고 이 시를 좋은 시로 선정한 것은 아니고 선배 시인에 대한 존경과 더 좋은 세상에서 행복하시기를 기원하는 후배 시인의 그 마음이 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어서이다. 요즘 세상이 하 수상하니 그런 기원이 눈물 나도록 고맙기 때문이다. 나이 들고 보니 죽음이란 더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기 위한 길이란 생각이 자주 들기도 한다. 나중 후배들이 그리워할 수 있는 선배시인이 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할지 곰곰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