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살문 새기면서 -이육사 아내의 편지 나라 잃은 수형 갯바람이 얇은 옷깃을 뚫을까 무명옷 한 벌 짓고 있습니다 저고리 섶과 깃 굴리는 사이사이 젊은 날 함께 그리던 꽃살문 무늬 마음자수로 뜹니다 기억하시는지요 새색시 족두리 벗겨주기도 전 우리 생애 꽃살창은 서로 눈빛에 꽃새김하였지요 그 교차점에 조상들 말씀의 수직살을 댄 솟을빗꽃살문으로, 평생 자식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님에겐 연꽃을 새긴 소슬국화모란연꽃살문으로 약속하던 시절 그 봄날이 꿈인 듯 손사래 치며 다가옵니다 지아비가 새기다 만 연꽃살에 물고기 수놓으며 꿈속 찾아오시라 향피리 불고 있습니다 매슨 칼바람이 해방씨앗 하나 닻을 내려 온 나라 태극기 만세 물결치려는지 새벽 정화수가 등짐 진 수인번호에 연둣빛 돛 펄럭이려는지 한 집안 대들보 등 불빛이 가물거리니 아녀자의 긴 갈애 그 끝은 어디쯤인가요 무명 두툼한 솜저고리 품이 저 서릿발 칼날 녹여, 애간장 끓이시는 식구의 웃음꽃살문 새길 날 손 모아 기다립니다 부디 몸 마음 강철이 되어 견뎌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