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5    업데이트: 25-02-04 15:47

유배시편

꽃살문 새기면서 -이육사 아내의 편지
관리자 | 조회 431
꽃살문 새기면서
                       -이육사 아내의 편지
 
나라 잃은 수형 갯바람이 얇은 옷깃을 뚫을까
무명옷 한 벌 짓고 있습니다
저고리 섶과 깃 굴리는 사이사이 젊은 날
함께 그리던 꽃살문 무늬 마음자수로 뜹니다
 
기억하시는지요
새색시 족두리 벗겨주기도 전
우리 생애 꽃살창은 서로 눈빛에 꽃새김하였지요
그 교차점에 조상들 말씀의 수직살을 댄
솟을빗꽃살문으로, 평생 자식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님에겐 연꽃을 새긴
소슬국화모란연꽃살문으로 약속하던 시절
그 봄날이 꿈인 듯 손사래 치며 다가옵니다
 
지아비가 새기다 만 연꽃살에 물고기 수놓으며
꿈속 찾아오시라 향피리 불고 있습니다
매슨 칼바람이 해방씨앗 하나 닻을 내려
온 나라 태극기 만세 물결치려는지
새벽 정화수가 등짐 진
수인번호에 연둣빛 돛 펄럭이려는지
 
한 집안 대들보 등 불빛이 가물거리니
아녀자의 긴 갈애 그 끝은 어디쯤인가요
무명 두툼한 솜저고리 품이 저 서릿발
칼날 녹여, 애간장 끓이시는 식구의
웃음꽃살문 새길 날 손 모아 기다립니다
부디 몸 마음 강철이 되어 견뎌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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