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편지
---애절양 3 [“아침 일찍이 노모에게 서찰을 드리려고 붓을 잡았으나 글을 쓰기도 전에 쏟아져 흐르는 눈물에 젖어 붓을 던지고 마는구나”]
1.어머님,
탱자울타리 가시 벽이 얼마나 처절하고 두꺼웠으면
어머님 임종은커녕
일 년이 지나서야 부고를 접하다니!
갈매기들이 그리 밤낮 끼룩거리는 뜻을 알지 못했으니
당하로 몸을 던져 까무러칠 수밖에 없는
무능한 이 불효자식을 어이하리오!
2.노도 파도소리에 섞여드는 어머님의 한숨소리
날줄 씨줄로 엮어 이야기 한 필 두 필 짜면서
시간의 수레바퀴 채찍질은 핑계
지옥으로 추방되었다가 다시 살아난
양 소유를 꿈꾸었습니다
진채봉, 계섬월, 적경홍, 정경패, 가춘운, 등
팔선녀와 함께 꿈장기 두느라
<구운몽> 한 번 읽어드리기도 전 어인 비보인가요
늦었지만 못난 아들 곡소리 들으시고
극락왕생하소서!
3.여긴 남녘인지라 사월이 벌써 찌는 듯 습해서
기침, 피가래 증세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가을 형님과 걸상을 마주하고 앉았던 일이
마음속 더욱 또렷이 빛남을 깨달았습니다
같은 시기에 귀양 간 공들이 세상을 하직하고 있으니
인생은 진실로 한바탕 꿈인가요
어머님, 병자호란 때 아버지가 순사(殉死)한 뒤
홀로 베를 짜면서 유복자 키우느라
청승스럽던 그 때 그 베틀가 귀에 쟁쟁합니다
4.어머니의 임종을 보지 못해
제 몸을 채찍질하며 곡한다고 기뻐할 어머님 아니시니
여기 <정경부인 해평 윤 씨 행장>을 쫓기듯 기록하는 걸로
뼈에 사무친 불효를 용서 받고자합니다
기다려주옵소서! 곧 만나 뵐 그 날까지
哭 대신 병아리 춤이라도 추어야겠습니다
5.어머니!
헤어진 제형들이 무고하던 그 때
오색비단 입고 즐거이 놀던 그 얼굴들이 그립습니다
조카마저 멀리 남쪽 바다로 귀양 가고
풍파가 거친 탓인지 반년을 두고 서찰이 끊어졌습니다
지금 제 몸은 낙조처럼 병이 짙어만 가는데
죽어 강변에 버려질 백골을 그 누가 거두어 줄까요
아이고!
어머님의 사무친 한 언제쯤 풀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