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현대화는 많은 의미만큼 난해하고 어려운 문제이다. 시대가 그만큼 빨리 변화하고 있다는 반증(仮證)이고 그 전통의 가치도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 방법은 전통성의 확보와 현대성의 강제 결합처럼 통속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영희는 애니미즘의 미묘한 주술성으로 미래 혹은 현재의 세계는 신성한 과거의 세계로부터 이어져 와서 미래는 오래된 과거임을 보여준다. 이런 의미에서 방법적이나 이념적으로 무언가 낯선듯하면서도 익숙함이 묻어나는 장영희의 작품은 분명히 시간성의 의미를 넘나드는 자유가 담겨있다 하겠다. 그 자유는 그가 걸어갈 몫이기도 하고 예술적 사명일 것이다. 이제까지 걸어온 길이 앞으로 걸어갈 길에 오래된 잣대가 명확히 되어줄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