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지는 그 이상을 표현하는 작가
신항섭(미술평론가)
그의 색채는 감성적이고 직감적이기 보다는 이지적이고, 사색적이며, 논리적인 성향을 갖는다. 풍경화는 물론이요. 정물, 인물에서도 순색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무채색 일변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맑고 밝고 쾌활하다.
사물 및 대상에 대한 이해 및 분석력은 잘 훈련된 묘사력을 통해 명료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의 묘사력은 불분명하거나 미진한 구석이 없다. 이는 정확한 관찰 및 그에 상응한 데생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에다가 그만의 미적 감각이 보태진다. 미적 감각은 사상의 촉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사실을 그리면서도 거기에 독자적인 표현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은 미적 감각을 통해 그 자신의 사상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미적 감각이 은유하고 있는 사상은 무엇인가, 물론 여기서는 회화사상에 국한된다.
이미지의 명료성은 극단적인 명도대비에 의한 긴장감의 조성에서 비롯된다. 가령 햇빛이 반사되는 부분에 대한 강조, 즉 명도를 극단적으로 높임으로써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겁고 정적인 분위기를 인순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로 바꾸어 놓는 것이다. 이러한 채색기법은 자연색에 매어 있는 사실적인 표현의 진부함을 극복하는 데 유효하다.
하지만 이러한 색채대비만으로 명료한 이미지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의 명쾌함, 즉 그림의 생동감은 사물 및 대상에의 정확하고 치밀한 해석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최근에 볼 수 있는 한층 친밀하고 안정되어 있으며, 자신에 찬 묘사력은 눈에 보이는 그 이상의 것을 표현하려는 의지의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