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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작가서 교수로 새 인생 시작한 '녹색의 화가' 장이규 씨 2011.10.13 매일신문
아트코리아 | 조회 2,929

전업작가서 교수로 새 인생 시작한 '녹색의 화가' 장이규 씨
회화의 본질 사라진 화단…"30년 순수미술 노하우 전수"

 

“30여 년 전업작가 생활만 했는데, 이제 강단에 섰습니다.”

녹색의 화가 장이규(사진) 계명대 미술학과 교수는 ‘전업작가’에서 ‘교수’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장 교수는 1990년대 초 서울의 서림화랑과 전속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전업작가로 활동, 20년 이상 ‘녹색’을 연구하며 녹색의 화가로 불리고 있다.

“사실 많은 미술공모전 수상작은 모두 인물화일 정도로 인물화를 많이 그렸어요. 그러다가 풍경에 몰두하기 시작했죠. 그때 은사님이 ‘녹색’을 연구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어요.”

 

당시만 하더라도 화랑에서 여름 풍경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을, 겨울에 비해 여름의 녹색을 표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여름 풍경화 분야를 개척했다. 그의 작품은  언뜻 보면 풍경을 사진처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해도 자연의 색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그가 구도와 색 모두 자연에서 떠나 작가의 시점에서 새롭게 표현한 것이다. 그의 캔버스에 펼쳐진 풍경은 실상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풍경, 즉 작가의 머릿속 풍경이다. 밑에서 올려다보는 시각으로 구성해 현대적 감각이 가미됐다. 그래서 소나무를 소재로 한 그의 그림은 매번 달라진다.

풍경을 그리는 것은 ‘진부한’ 작품 취급을 받았다. 오랫동안 ‘재현’에 몰두하는 것은 몹시 외로운 길이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래도 그는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우리 대학 시절만 해도 작가로서 가능성을 아예 몰랐을 정도로 캄캄했어요. 하지만 그동안 미술시장이 급성장했고, 전업작가로서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회사원처럼 오전 9시 화실로 출근해 오후 6시면 붓을 놓는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있었기 때문에 전업 작가로서의 생활도 가능했다.

 

그는 요즘 회화의 본질은 사라지고, 학생들의 작품은 디자인만 난무하다고 한탄한다. “요즘 현대미술이 아이디어 위주로 가다 보니, 미술대학에도 회화는 사라지고 디자인 작품밖엔 없습니다. 하지만 물감의 표정과 색상을 만들 수 있는 기본기는 아주 중요해요. 다행히 대구 화단 출신 작가들은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것이 전국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지요.”  

순수미술이 외면받고 있는 요즘, 순수미술로도 자신의 꿈을 충분히 펼칠 수 있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오랫동안 전업작가로 살아오면서 축적해둔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모두 전수할 계획입니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순수미술 장르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어려운 길을 극복하지 않고 피해가면 정면 승부를 할 수 없지요. 그런 점을 학생들에게 일깨워주는 일이 저의 임무가 아닐까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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