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얘) 인생을 소설로 쓴다면 대하소설도 모자랄 것이다!!”, 과정과 히스토리를 말이나 글로 표현하면 너무 길 것 같고, 압축해서 말한다면 작고하신 어머니가 평상시 저에 관한 얘기를 주위 분들에게 한 말씀입니다. 사람들의 성장 과정에는 나름의 고난과 역경이 있듯 나 또한 나름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는 그림을 좋아하였는데, 엄격한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스무 살이 되던 겨울, 집을 나와 몇 개월간 방황 생활을 했습니다. 전기도 없는 빈 주택에 들어가서 혼자 생활했는데, 스스로 비참함과 절망감을 느끼면서 “과연 다른 길(탈출구)이 없는가?” 고민하여 무언가 내 속에 있는 것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표현 매개체로 사진이라는 것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우리 집에는 작은 카메라가 한 대 있었는데 귀중품으로 규정하여 금고 속에 깊이 넣어 두었습니다. 어머니에게 부탁하여 아버지가 나가시면 금고를 열고 그 카메라를 가지고 촬영하고 아버지가 집에 오시기 전에 카메라를 제자리로 가져다 놓기를 반복했습니다. 한 컷 한 컷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촬영을 했습니다.
스물한 살 되던 해, 대구YWCA 청년부의 사진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회원들과 함께 촬영도 많이 다녔고, 격 없는 토론도 많이 하면서 사진에 대한 마음은 점점 더 깊어만 갔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할 뻔했던 나에게 사진은 새로운 삶의 빛이었고 비전과 희망이었습니다.
처음 사진을 접했을 때는 일상적인 풍경, 인물 등을 촬영하였고 또한 공모전 등에도 출품하기도 했습니다만 어느 날 “과연 이 사진이 내 사진이 맞는가?”라는 물음을 스스로 하게 되었고 사진을 왜 해야 하는지? 사진을 해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많은 질문을 나에게 하고 답변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민 후 “나의 상황을 사진으로 표현해보자”라고 결론짓고 스물세 살 되던 해, 나에 대한 이야기를 몇 장의 연결 사진을 통해 스토리화 하고 촬영대본을 작성하여 구성하고 촬영하고 만들어 회원전에 걸었고 나는 스스로 발가벗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 전시장에는 거의 가지 못하다가 어느 날 전시장에 가보니 대구사진계에서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했던 두 선생이 내 사진에 대한 격려를 기반 삼아 에너지를 얻어 오늘까지 작업하게 된 연결고리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사진을 계기로 동영상을 알게 되었으며 영화감독도 꿈꾸었지만, 여건이 못되어 포기할 즈음, 비디오라는 것이 내 눈앞에 나타났고 그것이 나를 또다시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비디오가 시간이 지나면 엄청난 위력을 나타낼 것으로 믿고 남보다 먼저 공부하자고 생각하면서 이론과 실기를 독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20대 후반이 되었을 때, 어머니는 나에게 “해 보고 싶은 것을 해보라”면서 통장과 도장을 주었습니다. 그 돈으로 상가에 소규모의 점포를 얻어 열심히 일해서 경제적인 기반을 잡은 후에 자리를 옮겨서 하고 싶었던 영상제작사무실을 운영했습니다.
모 대학에서 강의 제의가 들어왔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대학교 사진학과, 방송연예학과 교수까지 되었으며 얼마 뒤에는 정년퇴직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나에게서 사진은 당시의 상황 표현이었고 매일 일기를 쓰듯 사진으로 그때그때 상황을 기록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2. 사진 중에서도 인물에 초점을 두고 작업을 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어느 봄날 낮... 아파트 베란다 의자에 앉아 커피를 한잔했습니다.
창밖의 산허리에서 아지랑이가 꿈결같이 올라오는 것을 보며 눈을 감았는데 잠시 시간에 그동안 내 옆의 수많은 사람의 얼굴 모습들이 영화필름처럼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갔습니다. 생각은 엄청 빠르더라고요. 순간 인물사진에 대한 기록 욕구에 무조건 조명기구를 몇 개 장만해서 학교 연구실에 간이 스튜디오를 만들어 주위 분을 모셔서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고 이왕이면 지역예술가들의 모습을 기록해두면 후 일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기술적인 섬세함이나 완성도는 점차 좋아질 것이기에 이보다는 기록된 분들의 평상시 모습이나 표현에 포인트를 두어 후일 기록으로서의 좋은 자료 가치로 남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3. 사진작업을 하는 후배들이나,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과거에는 사진 선배들이 좋은 작업 결과를 얻으려면 “많이 촬영하고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라”고 했습니다. 지금도 그것은 불변의 법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이든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면 그 목표는 반드시 달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목표 설정을 하고 목표를 향해 최선의 노력을 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진의 경우, 과거와는 달리 여러 부분에서 상황이 워낙 좋아졌기에 사진에 대한 취미와 흥미, 하고자 하는 본인의 의지와 노력, 강한 의식만 있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믿으며 열심히 증진하다 보면 언젠가는 스스로 깜짝 놀랄 정도로 변화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한때 믿고 의지했던 사람에게 큰 상처를 받아 인간에 대한 믿음과 신뢰감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만 인물사진 작업을 하면서 그 수렁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제 앞도 조금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중적, 삼중적인 표정들이 있겠지만 예ㆍ체능인들 대부분의 모습에서 먼저 보였던 것은 맑은 순수함이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60명의 대구ㆍ경북지역 예술가분의 인물사진을 전시하지만 앞으로 촬영해야 할 지역 예술가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당분간은 대구ㆍ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각 분야 예술인들의 모습들을 폭넓게 준비해서 대형 전시회 개최와 함께 인물사진집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그분들을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도 만들고 싶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나름대로 사진을 하면서 받은 성취감과 혜택을 여러 사람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내 개인의 마음입니다. 미래를 보고 나무를 심는다는 말이 있듯 저도 미래를 보고 지금의 예ㆍ체능인들의 인물을 기록해 두고자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평상시 작업도 하고 관심이 많았던 풍경 사진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는 것이 계획이고 방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