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호 시인이 사는 산골은 풀과 나무, 꽃과 벌레들, 물과 바람, 햇빛이 어울려 있는 곳이다. 시인은 이곳에서 풀과 나무, 물과 바람과 더불어 이야기한다. 때로는 그들의 슬픈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린다. 시인은 그 이야기들을, 그 노래들을 동시로 썼다. 한편 한편을 눈여겨보고 귀 기울여 들으면 풀과 나무의 향기, 꽃과 벌레들의 이야기, 물과 바람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전나무 비탈에 서 있다/ 산허리 비탈에/ 전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꼿꼿이 서 있다/ (중략) 전나무는 비탈에서/ 자라도/ 비스듬히 서지 않는다.’-전나무 비탈에 서다-중에서.
‘들꽃을 볼 때는/ 앉아서 보아요/ 냉이, 제비꽃/ 솜양지꽃/ 광대나물, 꽃다지/ 앉아서 들꽃과 눈높이를 맞추어 봐요.’-들꽃은 앉아서 보아요-전문. 하청호 시인의 동시는 미숙한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이렇게 바라보아라’고 들려주는 이야기인 동시에 아이들의 마음을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의자를 보면 서고 싶다/ 엄마도, 선생님도/ 내가 의자에 앉아 공부하는 모
습이/ 보기 좋다고 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어디를 가도/ 의자가 내 엉덩이에/ 달라붙어 있는 것 같다/ 나는 내 몸에서/ 의자를 떼어내고 싶다/ 의자를 보면 서고 싶다.’-의자를 보면 서고 싶다-전문. 앉히고 싶은 어른의 마음과 달리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재미있게 그렸다. 110쪽, 1만원. 조두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