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하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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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아, 시랑 놀자!] 어머니의 등 - 하청호 2005/05/03 소년한국일보
아트코리아 | 조회 2,035

[친구들아, 시랑 놀자!] 어머니의 등 - 하청호
한때 온세상이었던 따스한 '엄마의등'


::: 어머니의 등 :::
하 청 호

어머니의 등은
잠밭입니다

졸음에 겨운 아기가
등에 업히면

어머니의 온 마음은
잠이 되어
아기의 눈 속에서
일어섭니다

어머니의 등은
꿈밭입니다

어느 새
아기가
꿈밭 길에 노닐면
어머니의 온 마음도

꿈이 되어
아기의 눈 속으로달 려갑니다

아기 마음도
어머니 눈 속으로 달려옵니다.




엄마의 등에 업힌 아기는, 엄마의 등이 우주만큼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 넓고도 커다란 곳에 머리를 묻고 아늑하고 평화롭게 잠에 빠집니다.

사람은 모두 엄마에게서 태어나지요. 우리 모두 엄마의 아기였습니다. 아기는 엄마의 등에 업히기를 좋아합니다. 태어난 지 6 개월이 채 못된 아기가 ‘어부어부’라는 말을 하는 걸 보았답니다. 그 말이 업어 달라는, 업고 밖으로 나가 달라는 말인 것도 알았습니다. 얼마나 신기하고 귀여운지요.

밖으로 나간 아기는 좋아서 벙긋벙긋 웃으며 기쁨을 나타냈거든요. 엄마는 아기를 업을 때, 특별한 기술이 있는 듯합니다. 누가 업혀 주지 않아도 혼자서 척하니 아기를 업습니다. 그 모습은 엄마만 할 수 있는 ‘묘기’인지도 모릅니다. 아빠는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엄마는 아기를 업고 처네로 감싸고 빙 둘러 묶습니다. 언뜻 보면 아기가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아닙니다. 아기의 심장 소리가 엄마의 등으로 전달되는 참으로 느긋하고 편안한 자세가 되는 것이지요. 일이 많을 땐 엄마는 아기를 업고 가벼운 일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엄마의 움직임이 아기에게 전해져 그네보다 더 재미있는 흔들림이 되기도 하니까요.

오늘의 시 ‘어머니의 등’은 우리에게 아기였던 때를 돌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고마운 엄마의 사랑을 생각하게 합니다. 어머니의 온 마음이 아기에게로 달려가고, 아기의 온 마음도 엄마에게로 달려가는 시인이 노래한 엄마와 아기와의 모습이 따뜻하게 전해 오는 시입니다.

‘어머니의 등’은 아기에게 잠밭이고, 꿈밭입니다. 아니 온 세상이기도 합니다. 오늘 부엌에서 일하시는 엄마에게 가만히 다가가 등을 안아 보세요. 

“애구, 얘가 왜 이래?”

엄마는 깜짝 놀라서 뒤돌아보시려고 하겠지요? “엄마, 사랑해요!” 그 말에 한 번 더 놀라게 되겠지요? 그렇지만 마음 속으론 많이 흐믓해 하실 겁니다.

◎ 하청호(1943~)

경북 영천 출생.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지은 책은 동시집 ‘무릎 학교’외 여러 권이 있습니다.입력시간 : 2005-05-0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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