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숲 속에서
-하청호-
여름날 숲 속에서
크고 우람한 나무 밑둥치를 보며
아버지의 다리를 생각한다
어린 나를 업고
냇물을 건널 때의 아버지의 다리
세찬 물살을 헤치며
내가 갈 수 없는 곳으로
데려다 준 아버지의 다리
거름을 져 나르며
우리 집의 생활을 짊어진 아버지의 다리
내가 이 세상을 잘 건너가라고
크고 튼튼하게 다리를 놓아 준
아버지의 다리
나는 여름날 숲 속에서
내 아버지 다리같이 이 땅에 굳건히
뿌리를 내린
푸르른 나무를 본다.
* 초등학교 국어 6-1/수록 작품 (2011년 초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