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철 작가에게 있어 음악은 무한한 영감의 원천과도 같다. 음악이 그림의 에너지를 증폭시켜 주고, 평범한 것을 특별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줬다고 하는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해석하고 관람객들에게 '보여'준다. 그가 가진 특유의 리듬감은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온다. 어린 시절 가난에 쫓겨 집을 나와 신문배달을 하며 살았던 6년의 시간동안 외로움을 떨칠 수 있게 도움을 준 유일한 친구는 음악이었다. 인생의 유일한 이정표였던 '화가'라는 꿈은 힘든 기간을 견딜 수 있게 해주었고, 음악은 그에게 '예술적 감성'을 심어주었다. 이는 현재의 권기철 작가에게 '음악의 시간을 미술의 공간으로 표현'하는 재능을 갖게 해주었다.
아무런 방해 없이 음악을 크게 틀기 위한 최적의 작업실인 '일오처'에서 그는, 음악을 몸으로 느끼며 감정을 고조시킨 뒤 어느 순간 찾아오는 영감을 재료 삼아 붓질을 시작한다. 붓질을 하는 행위 자체도 그에게는 하나의 리듬이자 운율이다. 뿌리 깊은 곳에 자리잡은 그의 음악적 표현력은 타자가 개입 가능한 비구상으로 관람객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강렬한 색채로 먼저 시선을 잡아놓고는 형태없는 은유의 흔적을 마음으로 쫓으며 변형된 음표를 리드미컬하게 표현하는 작가의 자유로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악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