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展
Carpel - 心皮
Carpel-心皮_2011
이도 갤러리
2011. 11. 17 (목) ▶ 2011. 12. 6 (화)
Opening : 2011. 11. 17 (목) PM 5:00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10-6 | T. 02-741-0724
Carpel-心皮_2011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김혜정작가는 두 나라의 이질적인 감성과 문화를 자신의 정체성안에 고루 지니고 있다. 이화여자대학에서 도예에 입문하고 졸업 후 일본 동경예술대학 대학원으로 진학해 석.박사과정을 마친 작가는 또 다른 문화권인 영국으로 건너가 7년간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도예에 대한 사유를 바탕으로 특유의 감성을 살린 의미 있는 작업을 보여왔다. 영국 첼시아트페어(Chelsea Crafts Fair)에 출품한 작품으로 런던 일간지 Evening Standard가 선정한 Best Domestic Products를 수상하고, 일본 큐슈에서 조선백자의 문화적 정수를 이어가고 있는 심수관요(沈壽官窯)의 새로운 프로젝트인 CHINJUKAN POTTER에 디자이너로 참여하여 만들어낸 대표작 BLOOM이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Philadelpia Museum of Art)에 영구 소장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름을 알려왔다. 11월, 이도 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김혜정이 한국에서 선보이는 첫 개인전으로 그녀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이 녹아 든 삶을 투영하는 동시에 “그릇(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은은한 작품 속에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음식이든, 술이든, 꽃이든, 촛불이든, 사람들이 무엇을 담으려고 특별히 걸 맞는 그릇을 생각할 때,
그것은 내용물을 일단 잘 간직하고 좋게 나누기 위함이 아닌가.
그릇의 기능인 담고, 나누는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더불어 아름답고 넉넉한 모습으로 만들고 싶다.”
- 작가노트 중에서-
Carpel-心皮_2011
유기적인 움직임 속에서 드러나는 평온과 기품
작품을 접하면서 작가의 오랜 고민에 대한 해답을 공유하고 작가의 삶을 관조한다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다.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에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무릇 작품을 보고 있자면 작가의 사유와 삶이 묻어나기에 매번 흥미롭게 바라보고 공감해보고자 한다. 김혜정의 경우에는 한국, 일본, 영국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생활하며 무의식 중에 채득(採得)된 경험과 정체성이 그릇으로 투영된다. 동경예술대학교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작가의 박사학위 작품은 가야토기의 조형성과 한국전통도예의 다양한 기법을 계승하여, 제기(祭器)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작품인데 이는 한국과 일본의 생활을 통해 얻은 고유의 문화에 대한 이해의 결과물이었다. 고전적인 물레성형을 계속하면서, ‘그릇(器)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자문한다는 김혜정은 담고, 나누는 그릇 본연의 기능에 주목한다. 장식이 절제된 단순한 형태에 높은 기능성을 지닌 그녀의 그릇은 정교한 선의 미와 많은 실험과 연구를 통해 터득해 온 유약들의 은은한 색조로 인해 평온하면서도 강인한 기풍을 지니고 있다. 어느 한 군데 치우침이 없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절제된 미감을 그릇에 담아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보다 조형성이 강조된 <Carpel:심피(心皮)>시리즈를 선보이는데 <Carpel:심피(心皮)>의 사전적 의미는, 종자식물의 암술을 구성하는 특수화된 잎으로, 내부에 밑 씨를 싸고 있어, 종자의 성숙에 따라 생장하여 후에 과피(果皮)가 되는 부분을 말한다. 이번 신작들은 오랜 작업으로 물레성형기술이 숙달되어 기물의 두께가 매우 얇아지고, 무게도 가벼워짐에 따라 형태들이 자연 발생적으로 변형되어 시작된 것이다. 그릇의 굽을 깎거나 다듬기 위해 작가의 손길이 닿을 때, 혹은 가마 속의 불길에 의하여 기물들이 마치 부드러운 과실 껍질처럼 움직이게 되었고 그 결과 타원형이나 좌우비대칭의 유기적인 형태가 나타나게 되었다. 작가의 의도나 계획과 상관없이 기물들이 스스로의 물성 때문에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작가로 하여금 새로운 조형적 언어를 구사하고 그릇의 의미를 확장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Carpel-心皮_2011
그간 선보여온 그릇 본연의 기능성은 간직하면서도 우연성을 간직한 휨과 일그러짐은 의도가 배제된 듯 보이지만 그간의 시간과 노력이 반영된 삶의 결과물이기에 마치 자서전처럼 작가의 삶을 투영한다. 굴곡에 의한 형태의 변형은 보는 시점에 따라 다양한 재미를 제공하는데 인위적인 느낌이 아니라 발아하는 씨앗처럼, 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자연스럽다. 오랜 실험과 체험을 통해 얻은 김혜정만의 색감을 담은 유약은 은은하고 신비롭게 기물을 감싸 안으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파스텔 톤의 매트한 유약은 부드러움과 여성스러움, 섬세함과 따뜻함, 촉각적인 빛으로 컵, 볼, 화병 등 다양한 그릇에 담아내어 깊이를 더한다. 반복적인 작업 속에서 기술적인 한계에 갇히지 않고 넘어서 스스로의 삶을 그릇에 담아내고 동시에 그녀의 그릇은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다가온다. 근래 야기된 ‘공예’와 ‘순수미술’간의 식상한 논쟁에 휘말리지 않고, ‘그 안에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빈 공간을 내포한 구조물’인 김혜정만의 그릇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김혜정개인전-Carpel:心皮>전시는 유기적인 움직임 속에서 드러나는 평온과 기품을 통해 작가의 사유와 삶을 조형적 언어로 함께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Carpel-心皮_2011
■ 김혜정 (Kim, Hye-jeong)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 졸업 | 동경예술대학교 대학원 도예전공 석사과정 수료 | 동경예술대학교 대학원 도예전공 박사과정 수료
전시 | 2011 영국현대작가전 <반거드코트의 하루>, 마시코 도예미술관, 도치기현, 일본 | CHIN JUKAN POTTERY product designed by Hyejeong Kim, 미츠코시 백화점, 도쿄, 일본 | 고혜승, 김혜정, 닉웹 3인전, 크라프트 아원, 서울, 한국 | 2010 닉웹, 김혜정 2인전, Torindo Gallery, 도쿄, 일본 | <Nejire Yojire Mekure>HK pottery Solo Exhibition, Play Mountain, 도쿄, 일본 | CHIN JUKAN POTTERY, Heath Ceramic, 로스엔젤레스, 미국 | CHIN JUKAN POTTERY, Luisa Cevese Studio, 밀라노, 이탈리아 | 녹미전, 세종문화회관, 서울, 한국 | 2009 Philadelphia Meseum of Art Craft Show, Philadelphia Meseum, 필라델피아, 미국 | Flow Gallery Group Show, Flow Gallery, 런던, 영국 |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 한국현대도자전<미래의 소리>, 이천, 한국 | 2008 김혜정 개인전, Gallery Torindo, 도쿄,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