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해 견 문 록
靑海見聞錄
'근원의 지도를 그리다'
김 영 호 개인전
2011.10. 27 - 11. 06
근원의 지도를 그리다 - 성(聖)과 속(俗) 사이의 기록
이정훈(예술학․ 미술평론)
2008년 전시 이후 3년의 공백을 깨고 작가 김영호는 여행을 통한 근원에 대한 기록을 펼쳐보인다. 첫 번째 전시에서 그는 ‘몽골-근원(根源)이야기’를 통해 존재의 근원과 영혼의 안식에 대한 시각을 선보였고, 이 노력은 본 전시에서 성(聖)과 속(俗), 그 사이에 존재에 대한 물음을 통해 지속된다.
주제로 선택되어진 근원(根源)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이 비롯되는 근본이나 원인이다. 이 방대한 주제를 작가는 여행이라는 방법을 통해 접근하는데, 이 공간의 선택부터 작업은 시작된다고 보여진다. 몽골도 그랬듯이 이번 작업의 바탕 칭하이(靑海) 또한 원시적 자연과 정신적 가치를 우선하는 종교가 공존하는 곳이다. 근원에 대한 물음으로 선택된 이러한 공간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는 탄생이라는 과정을 통해 어미니의 자궁에서 떠난 그 순간부터 인간이 항상 갈망하는 근원을 대체하는 상징으로 이해된다. 고대 그리스 인들이 대지의 여신을 가이아로 불러왔던 것에서 알 수 있듯 대지를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근원으로 보는 시각은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처럼 일반적인 의미의 개연성만으로는 작가 김영호의 사진을 통해 유의미한 의미를 부여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렇다면 작가작업의 어느 부분에서 우리는 예술사진(1)으로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이것이 중요한 기준인데, 그의 작업은 시간의 압축과 성(聖)스러움과 속(俗)스러움과 같이 상반된 개념이 혼합된 시공간을 관통하는 삶을 기록함으로서 삶의 근원을 증거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우리는 그의 표현된 시선과 그 시선을 통해 기록된 개념을 볼 수 있다. 이것이 그가 가진 차별화된 특징이고 이것에서 그의 사진작업은 예술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작업의 이미지를 통해 살펴보면, 영원한 정신적 근원에 대한 갈망으로 대표되는 오체투지(2) 를 실행하는 승려의 클로즈업 된 손의 이미지가 생성하는 묘한 긴장감이나 여러 스님들의 군상을 찍은 이미지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인상이 풍기는 묘한 분위기와 같은 것이다. 먼저 오체투지를 행하는 승려의 손은 그 자체로 이 인물 삶의 시간을 축적하고 있으며 숭고한 분위기를 생성하는 반면, 그 손에 쥐어진 스프링 노트와 볼펜은 편리한 도구로서 범속한 문명을 상징하며 강한 대비를 보여준다. 이와 함께 핏빛처럼 붉은 가사를 두른 승려들의 군상에서 보여지는 각 승려들의 개개별적 인상은 그들이 상징하는 종교적 성스러움 속에 존재하는 보통 인간의 다양한 욕망이 비쳐진다. 이처럼 성과 속이 공존하는 시공간의 사이를 가로지르는 진실은 사진이미지 전반을 점유한 승려들 가사의 탐나게 매혹적인 핏빛 색채와 같은 생명일 것이다.
유난히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거대하게 쌓아올려진 하얀 소금 산, 그 소금 산 옆에 붉은 기계, 그리고 그 안에 사람들이 보여주는 자연과 동화된 삶과 이를 거역하는 모순된 삶의 모습이 병치되어 상반된 개념을 생명이라는 혈류로 엮어내고 있는 근원을 우리는 작가의 사진을 통해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때 묻지 않은 순수보다 더 순수한 것은 생명의 흐름, 삶의 노력일 것이다. 더욱더 각박해지는 현실에서 많은 이들은 원시적 자연이 주는 순수한 자연의 갈망에서 근원을 찾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러한 원시적 환경에 길들여지지 않은 범인들에게 있어서 원시적 환경서의 삶은 순수라기보다 역경이자 고난이다. 단지 갈망하기에 순수로 보여지는 환상일 뿐이다. 정작 이러한 환경에서 보다 높은 정신적 추구와 범속적 삶을 이어가는 생명의 흐름이 더욱더 순수함이다. 이를 기록하는 작가의 시선과 행위는 이때 차별화된 예술로서 가치를 획득한다.
우리가 갈망하는 순수한 세계는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시각의 문제가 아닌가? 이러한 근원적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작가는 또 여행을 떠날 것이고 그가 그리는 시선의 기록으로 완성되는 지도가 근원일 것이다. 사진으로 증명된.
주석
(1)사진이 예술적 작품이기 위해서는 적어도 예술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문학이 형상화 작업을 거쳐 예술작품으로 승화하듯, 사진은 작가의 주제의식이 영상화 작업을 거쳐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한다. [출처]한정식,「사진예술개론」, 열화당, 1988,p270
(2)불교 신자가 삼보(三寶)께 올리는 큰절을 말한다. 고대 인도에서 행하여지던 예법 가운데 상대방의 발을 받드는 접족례(接足禮)에서 유래한 것이다. 자기 자신을 무한히 낮추면서 불·법·승 삼보에게 최대의 존경을 표하는 방법으로, 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기 때문에 이 이름이 붙었다. 오체투지는 중생이 빠지기 쉬운 교만을 떨쳐버리고 어리석음을 참회하는 예법이다. 밀교 계통에서는 스스로 고통을 겪으면서 수행하는 방법으로 행하여져 엎드려 온몸을 완전히 땅에 붙이는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출처] 오체투지 [五體投地 ] | 네이버 백과사전
김 영호 / Kim, Young Ho
現
ㆍ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본부 본부장
개인전
2011 ㆍ'청해견문록' 갤러리아트사간, 서울
2008 ㆍ‘몽골-근원이야기’ 갤러리브레송 , 서울
단체전
2011 ㆍ‘2011경남현대사진 국제페스티벌’ 3ㆍ15 아트센터, 경남
2007 ㆍ‘아름다운 세상’ 소월아트홀,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