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개인전을 여는 30년 내공의 서예가 소민(小民) 백옥종 작가는 ‘인일능지(人一能之)면 기백지(己百之)하고, 인십능지(人十能之)면 기천지(己千之)’라는 중용의 구절을 인용하며 첫 개인전을 여는 소감을 대신했다.
남이 한 번 해서 능하다고 하면 자기는 백 번을 하고, 남이 열 번 해서 능하다고 하면 자기는 천 번을 한다는 뜻이다. 천부적인 재능도 의지와 열정만 있다면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성실성을 강조하는 백 작가의 서예철학이 담겨있다.
백옥종 작가의 첫 개인전이 대구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11일부터 16일까지 열린다. 이번 개인전은 대구미술협회에서 주관하는 대구미술인상 수상자에게 특전으로 주어지는 수상 기념전으로 마련된 것. 대구미술인상은 대구미술협회가 지난 2004년 역량 있는 지역의 작가를 발굴·후원하기 위해 제정됐다.
서예나 문인화는 자연 사물의 외형(形)을 빌어서 작가 자신의 내면세계(質)를 드러내는 예술 활동이다. 실재적인 사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보다 작가의 지식과 인격, 교양, 성격 등을 투영해 사물을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이 더해진다.
백 작가는 옛 고법을 기준으로 성현들의 말씀을 자신만의 내적인 정서로 치환해 강건하고 안정적인 필체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행서와 초서에 능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나는 작품의 형식에 해당되는 재료나 표현기법보다는 작품 속에 깔려 있는 정신적 경계를 중요시한다. 사군자를 표현할 때도 그림을 그리는 화법보다 글씨를 쓰는 서법으로 필을 운용한다. 빠른 운필법과 느린 운필법을 동시에 구사해 경중의 조화를 드러내려한다”고 설명했다.
생업은 따로 하면서 작품 활동을 병행하는 비교적 안정된 생활기반도 안정적인 서체를 표현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지금 서예나 문인화를 생업으로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서실이나 화실보다 지자체나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취미교실로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전업 작가들이 설 자리가 없다”며 “나는 의약품 도매업을 하며 생계가 보장돼 있어 불안함이 비교적 덜 해 그것이 필체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미술서예대전, 매일서예대전,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을 역임하고, 대한민국 서예대전 최우수상 수상했다. 현재 대구미술협회 회원과 친환경예술협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등 다양한 서체로 표현한 귀거래사8곡병풍과 반야심경8곡병풍, 노실명8곡병풍 등 병풍 6점과 소품 35점, 액자 35점 등을 만날 수 있다.
(053)668-1566
황인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