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    업데이트: 20-01-31 14:24

작가노트

2014년 서문
관리자 | 조회 595
나무 한그루 "SOOMUKHWA - COREE"
 
김석기 / 한국화가


1956년 이응로 선생은 ‘동양화의 감상과 기법’이라는 책을 편찬했다. 나는 이응로 선생과 같은 고향에서 태어난 행운으로 그의 책을 일찍 접할 수가 있었다. 이응로의 후예가 되어 수묵화에 입문한지 3년 만에 미술대학에 진학하였고, 그곳에서 나는 또 다른 스승 박생광과 이열모를 만났다. 그것은 단 순히 수묵 활용 범위를 넓히는 수준이 아니었으며, 한 인간을 예술가로 키우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시 작이었다. 대학 졸업 후에 또 다른 스승 조평휘를 만난 것은 내가 1963년 이후 50년을 하루같이 수묵화를 그릴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었으며, 행운이었다.

스승들이 걸어간 삶의 흔적을 찾아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다. 나는 그들이 걸어온 삶의 현장을 찾아 그들이 겪어온 세월을 음미한다. 그 세월 속에 무쳐있는 크고 작은 인고의 사연들을 만난다. 박생광이 노년에 인도 여행을 통하여 새로운 예술적 감흥을 얻었다는 아잔타 석굴도 찾았다. 아잔타의 벽화에서 나는 석가도 만났고, 박생광의 흔적도 찾았다. 그리고 예술가는 혼자만의 상상과 생각만으로 작품을 만 들 수 없다는 사실도 새삼 느꼈다. 프랑스의 체르니치 박물관에서 이응로의 흔적도 찾았다. 그가 뿌린 한국 수묵화의 향기가 센강을 유유히 흐르고 있음도 확인하였다.

나는 2012년 루브르의 까루젤관에서 처음 작품을 발표하였다. 2013년에는 프랑스 컬럼비아 갤러 리에서 개인전도 가졌고, SNBA, 프랑스국립예술살롱전에도 참가하였다. 이제 2014년을 보내면서 프랑스에 제법 익숙해진 몸짓으로 개인전과 함께 SNBA와 그랑빨레 프랑스국립살롱전에 참가한다. 이제 독특한 수묵의 향기를 은은하게 풍겨주는 나무 한그루를 센강 가에 심고 싶다. 국가와 민족, 역사 와 시대를 초월하여 영원불변의 향기를 영원히 품어줄 그런 나무 한그루를 심고 싶다. 동양과 서양을 함께 어우러 줄 향기 넘치는 나무, "SOOMUKHWA - COREE" 를 말이다.

음악을 하는 이는 악기를 연주하고, 문학을 하는 이는 시를 읊고, 무용을 하는 이는 춤을 춘다. 그 리고 화가는 그림을 그린다. 화가의 그림 속에는 사랑이 있고, 정렬이 있으며, 진실이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음악도 시도 춤도 함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자연스럽게 함께한다. 인간이 부모를 만나듯 자 연과 인간의 만남은 필연적이며 고귀한 것이다. 인간은 그 자연 속에서 또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함 께 만들어내는 예술을 즐기며 살아간다. 자연과 인간, 만남과 사랑, 그것은 인간이 존재하는 삶 중에 서 가장 소중한 것들이다. 사랑은 가족과 사회를 만든다. 그리고 사랑은 예술과 역사를 만든다. 예술 가는 숭고한 사랑의 창조자이며 아름다운 자연의 대변인이다. 예술가는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감성으 로 자연을 대변한다.


현대미술은 형태를 추상화 하는데 있다고 생각했던 우매한 시기가 있었다. 현대미술이란 현대인들 이 향유하고 즐길 만한 가치가 있는 그림이어야 한다. 그림이 구상이냐 추상이냐 하는 것은 단지 작가 가 표현하고자 하는 표현방식의 문제다. 추상이냐 구상이냐 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가가 자연 을 해석하고 분해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미립자들이 얼마나 진실한가 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마음 과 정렬의 형태가 모양을 가늠하기 힘든 것들이어서 그림이 추상적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 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수묵화의 향기 속에서 자라난 내가 그려내는 그림 속에는 당연히 수묵화가 지닌 한국의 고유문화와 서정을 담고 있다. 나는 자연과 인간의 만남과 만남 속에서 만들어지는 진실 된 사랑을 표현하고자 한 다. 아름다운 모습들을 화폭위에 그리고자 하는 나는 내 자신의 삶 그 자체를 화폭위에 담고 싶다. 작 가는 예술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는 고귀한 삶의 이야기를 표현한다. 예술가적 풍부한 경험과 감성을 개 성 있는 언어로 표현한다. 사고와 열정들이 캔버스 위에 하나, 둘 모여 선을 이루고 아름다운 색채로 바 뀔 때 예술가는 희열을 느끼며, 그 희열의 정도는 작품의 가치의 척도가 된다. 아름다운 작품은 아름다 운 향기가 있다. 나는 이 모든 향기를 포함하고 있는 한그루의 나무 "SOOMUKHWA - COREE" 가 가장 개성적이고 창의적이며 예술적인 나무로 자라기를 기대한다. 아름다운 열매가 맺어지고, 센강 의 물결위에 아름다운 그림자가 만들어질 때 우리는 동양과 서양이 함께 어우러지는 또 하나의 세계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가 만나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결실을 맛보게 되는 그 순 간을 기대하며, 이번 전시회를 열어주신 컬럼비아 갤러리에 감사하고, 앞으로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교 류 확대가 세계문화 발전에 공헌 할 수 있는 또 다른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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