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9    업데이트: 22-06-23 09:25

칼럼-6

‘집콕’ 후유증과 그 치유——경북신문 2022. 6. 23
아트코리아 | 조회 26
‘집콕’ 후유증과 그 치유——경북신문 2022. 6. 23
 
 
코로나 블루의 우울하고 불안한 시대를 이태가 넘는 동안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적잖은 변화를 보인다. 사회적 거리 두기, 코호트 격리, 선별진료소 등이 일상화된 음울한 팬데믹의 터널을 지나오는 사이 우려했던 문제들이 현실로 불거지고 있다. 이젠 그 치유의 길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 문제는 ‘집콕’의 여파로 후유증이 심각해 그 치유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건 순전히 어른들의 몫이 아닐 수 없다.
의료계와 교육계 안팎에서는 코로나 시기 언어 발달이 제대로 되지 않은 아이들이 크게 늘었다고 우려한다. 24개월 어린이 기준으로 100개 정도의 낱말을 알아야 정상인데 20개 정도의 낱말밖에 모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 거리 두기를 하느라 대면 접촉이 줄어들어 말하기와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말하기와 언어의 특정 발달장애’를 앓는 환자는 2019년 말 1만2천866명에서 2021년에는 1만4천693명으로 늘었으며, 이 중 90% 안팎이 10세 미만 유아나 어린이라는 것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어린이들도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는 적잖이 달라졌다. 만 5세 정도 어린이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한 반 어린이 15명 중 2~3명 정도가 의사소통에 문제를 보였는데, 지금은 10명 안팎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도 글을 읽고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기 생각을 글로 쓰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2~3배로 늘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그간 학교에서 친구나 선생님을 만날 기회가 줄면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이 떨어진 자녀들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건 너무나 당연하다. 더구나 언어 발달 문제는 조기에 치료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녀들을 독서․논술 학원에 보내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지만, 최선의 길과 그 방범이 요구된다.
어른들, 특히 시인들은 그동안 어떻게 앓아 왔으며, 지금은 어떤 심경으로 살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소설 ‘25시’의 작가 게오르규는 시인을 잠수함의 토끼에 비유한 바 있듯이, 시인들은 환경의 변화와 위기에 가장 민감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 시대의 시를 집중적으로 담은 초창환 시인의 시집 ‘나비와 은하’를 읽으면서 이 시인의 경우를 눈여겨 들여다보았다.
조창환 시인은 시 ‘코호트 격리’에서 “새 날아간 하늘길 열어붙어/하얗게 무너지는 한숨 가득하다”며, 격리된 환자들을 “탈옥을 꿈꾸는 짐승들이 웅크린다”고 청도 대남병원 생각하면서 가슴이 메였다고 표현하고 있는가 하면, 시 ‘선별진료소’에서는 “임시 선별진료소 밖에는/허방 같은 바람/엎드린 햇살/무거운 구름/오늘은 성당도 문이 닫혀/기댈 데가 없구나”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 ‘코로나 블루’에서는 “누구는 집콕 때문에 외로워 술만 마신다 하고/누구는 집콕 때문에 피둥피둥 살만 찐다 하고/누구는 집콕 때문에 우울증 약 먹어야 잠든다 하는데/거 모두 헛말이유”라며, “그대 이승에서 지은 죄 낱낱이 떠올라/묵언 중에 부끄럽고, 맹목 중에 부질없고/역병보다 더 무서운/비굴과 치욕과 위선과 오만의/나날이 떠올라 고개를 들 수 없으니”라고 인간들이 부른 재앙으로 보면서 “빈 방에 홀로 앉아 발가벗은 제 꼴 돌아다보고/부끄러워 낯 못 들고 허공에 제 목 매다는 일”이 코로나 블루라고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시인은 또한 ‘사회적 거리 두기 3’에서는 홀로 별과 구름을 바라보며 숨어 지내려 한다며, 이는 사회가 내린 명령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삶의 허망함을 돌이켜보라고 하는/양심 때문이다. 양심의 명령 때문이다”라고 쓰고 있으며, “생명의 끈질긴 희망을 찾고 살아 숨 쉬는 시간의 고마움과 기쁨을 실감하는 일”도 이 어려운 시기의 시인의 사명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시 ‘포스트 코로나’에서 “굳이 오대산 높은 곳에 있는 적멸보궁 찾아 허공에 인사드리려 애쓰지 마세요. 당신 가슴 속에 있는 적멸보궁 찾아 빙그레 미소 짓고 말없이 손 모으면 보석 같은 이슬 방울져 떨어질 거예요”라고 말하고 있다. 겸허한 마음으로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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