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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5

코로나 도가니의 봄——경북신문 2020. 3. 30
아트코리아 | 조회 594
코로나 도가니의 봄——경북신문 2020. 3. 30
 

창밖 산발치에는 활짝 핀 벚꽃들과 개나리꽃들이 눈부시다. 벌써 목련꽃들은 지고 있다. 하지만 봄이 이렇게 완연히 왔는데도 진정한 봄은 오지 않아 마음 아프고 갑갑하다. 겨울 끝자락부터 여태 잠시 바깥에 나가도 마스크를 껴야 하는 ‘코로나 도가니의 봄’은 너무나 가혹하다. 중국발 이 역병이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대구․경북에 창궐하더니 전국으로 확산되고, 이젠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미국 뿐 아니라 이 지구촌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다. 끝이 안 보이는 미증유의 재앙이다.
며칠 전에 낸 새 시집 ‘유리창 이쪽’에 실린 시 ‘봄 전갈—2020 대구 통신’ 후반부에서는 그 아픔을 “이곳이 왜 이 지경까지 되어버렸는지/생각조차 하기 싫어집니다/마스크 쓰고 먼 하늘을 쳐다봅니다//오늘도 몇 사람이 세상을 떠났습니다/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날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억장이 무너집니다/하지만 그 끝이 보일 때가 오겠지요/더디게라도 새봄이 오기는 올 테지요”라고 쓴 바 있다.
더구나 정부의 재앙 대응이 너무 답답해서 “아무리 눈을 비비고 보아도/ 더 나은 세상은 오지 않는다/꿈은 꿈으로, 기다림은 기다림으로/그 자리에만 주저앉아 있는 건지,/마차가 말을 끌듯이, 세상은/요지부동, 나아가지 않는다”(‘마차가 말을 끌듯이’)는 절망감은 세상이 “되레 거꾸로 가는 것만 같다”(같은 시)는 데까지 닿게 한다.
그러나 이 미증유의 재앙 속에서도 대구․경북 사람들의 희생과 절제가 돋보인다. 중국 우한에서는 봉쇄를 앞두고 대탈출이 시작됐지만, 이 지역 사람들은 막지 않아도 스스로 ‘자가 격리’를 하듯이 자기 자리를 지켰다. 그래서 엄청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집중돼도 다른 곳으로 전염시키는 일은 없었다. 전염병은 확진자가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옮아가게 마련이지만, 그런 현상도 일어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이나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단체들이 조기 방역을 주장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던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폭증해도 사과는커녕 그 책임이 대구․대구지역과 특정 종교(신천지)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기며 책임을 전가하려고도 했다. 심지어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는 대구․경북 사람들을 폄훼하려는 정치인들도 적지 않았다.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여전히 정부는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을 반성하지는 않고 눈가림과 변명, 궤변으로 일관하는 것 같다. 엄청난 피해를 입으며 죽을 힘을 다해 대응해온 이 지역 사람들의 희생과 절제를 정부는 마치 자기들의 공인 양, 개방적이고 투명한 방역 조치가 세계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우리나라는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재앙을 가래로도 막기 힘든 상황이지만 아직도 여전히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초기에 중국발 입국을 막지 않은 잘못을 감추려하는 것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 와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유럽과 미국발 입국을 차단하려 하니 중국에 대해 문을 열어 두었던 잘못을 인정하는 것처럼 비칠까 싫기 때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 정부는 아무리 봐도 ‘남 탓 정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정 자해극을 되풀이하면서 ‘남 탓’ 타령만 해오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자 이젠 모든 것을 감염병 탓으로 돌리려 하는 듯하다. 코로나 아니었으면 경제가 과연 좋아졌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 이미 질식 상태가 아니었던가. 설상가상 쓰나미가 덮쳤을 뿐이다.
하도 기가 막혀 ‘잘못에 대하여’라는 시의 후반부에서 “네가 잘못인 줄 알고 있으면서도/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내가 아니라고 말려도/그렇게만 가는 건지,//네 잘못이 아니라, 그런 세상/탓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잘못 보고/너를 잘못 보기 때문이었으면 좋겠다/정녕 네 잘못도, 세상 잘못도 아니라/순전히 내 탓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쓰기도 했다. 오죽하면 ‘내 탓’이었으면 좋겠다는 역설까지 하겠는가. ‘내 탓이오’라는 말과 그 반성 위에 거듭나는 정부를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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