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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5

그럼에도 민심이 천심이다 -- 경북신문 2019. 9. 30
아트코리아 | 조회 850
<칼럼>
그럼에도 민심이 천심이다 - 
경북신문 2019. 9. 30
 
석가모니가 적시한 악세(惡世)의 다섯 가지 혼탁 가운데 겁탁(劫濁)은 시대의 혼탁을 말하며, 명탁(命濁)은 수명이 짧아지는 혼탁을 일컫는다. 겁탁의 시대에는 대형 인재(人災)가 수없이 발생하고 가공할 신종 병들이 유행한다고 했다. 본래 9만 살까지 살 수 있는 인간은 명탁 때문에 엄청나게 수명을 갉아버려 단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석가모니의 오탁(五濁)을 떠올리면, 명탁은 지금 세상에 비춰 ‘뜬금없는 소리’ 같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을 게다. 고령 사회로 바뀐 지 이미 오래됐고, 노인 인구는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대구 15.1%, 경북은 19.8%이며, 경북의 경우 25년 뒤엔 고령자가 4분의 1에 이를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먼 미래는 차지하고라도 지금 발등의 불처럼 혼탁상이 온통 나라를 뒤흔들고 있어 ‘악세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겁탁은 말할 나위가 없는 데다 사상(이념)의 혼탁과 불안․불만도 하늘 높은 줄 모르는가 하면, 인성(人性)의 혼탁마저 도를 넘고 있는 듯해 우리는 지금 석가모니가 말한 그 혼탁 중 네 가지 혼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겁탁이 야기하는 대형 인재는 엄청난 대형 자연재앙마저 넘어서는 수준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일부 정치권 지도층 인사들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겁탁을 계속 확대 재생산하며, 그 재앙들은 마치 가공할만한 신종 병처럼 온 나라를 혼탁 속으로 몰아넣는 느낌까지 안겨주고 있어 그 공포와 불안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내 편 네 편’으로 편을 가르고 막무가내로 가는 좌편향의 독선과 아집은 해방공간을 휩쓸던 한때를 방불케 할 정도이며, 구한말의 악몽을 되살리게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기도 한다.
나라의 운명까지 좌지우지하는 최고 권력층의 인성 실종 행태는 가히 막장 드라마 수준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평상심(平常心 )이나 염치(廉恥), 수오지심(羞惡之心)이나 겸양지덕과 같은 덕목들은 아예 온 데 간 데 없을 지경으로 후안무치(厚顔無恥)가 판을 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인 이 막장 드라마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 지, 이 드라마가 언제 막을 내리게 될지, 몸서리쳐지기만 한다.
이른바 ‘조국(曺國) 사태’는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는 데다 자고 나면 더 놀랍게 하는 안팎의 집단적 히스테리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 같아 할 말을 잃게 할 따름이다. ‘조로남불’이라는 조롱도 약과로 보이게 하는 당사자는 물론 여당과 정권의 핵심인물들 뿐 아니라 최고 지도자까지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지, 국정 농단과 사법 농단 수준의 길을 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조국 사수’에 나선 진보 응원단과 나팔수들은 방어전선에 투입돼 궤변과 거짓말을 일삼지만 헛발질로 안 보이는 경우는 거의 보이지 않으며, 급기야 ‘아나문’(아버지가 나와도 문재인), ‘나팔문’(나라를 팔아먹어도 문재인)이라는 신조어까지 낳고 있으니 기가 안 찰 수 있겠는가.
중국 한나라의 한비자(韓非子)는 ‘정치는 목욕하는 것과 같다(爲政猶沐也)’고 했다. 머리를 감으면 필요 없는 머리카락이 빠져나가고 새로운 머리칼이 돋아나게 마련이다. 피부의 때를 씻어내면 때를 먹고 기승을 부리던 비듬들이 씻겨 나가 시원해지기도 한다. 정치가 이와 같다면 백성들의 마음은 시원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가 썩고 병들면 씻어낼 생각을 하기는커녕 더러움을 씻어낼 목욕물마저 없애버리려고 한다. 썩은 정치는 뒤가 구려 진실이나 정의, 정직 등을 원수처럼 여기고 탄압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정치가 세상을 시궁창처럼 만들어버리고 말게 될 것이다.
정치는 반드시 맑고 깨끗해야만 한다. 윗물이 맑지 않으면 아랫물은 아무래도 더러워질 뿐 깨끗해지기 어렵다. 최고 권력층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음모와 술수를 부리면서 권력독점에만 눈이 어둡다면 보통사람들은 죄 없이도 공포에 떨 수밖에 없으며, 결국 마지막엔 억제되고 잠재됐던 분노들이 용솟음치는 형국으로 바뀌게 되지 않을까.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민심은 천심’(天心)이라는 철리(哲理)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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