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7    업데이트: 20-12-29 10:14

칼럼-5

<칼럼> 권력은 무상하다—경북신문 5월 30일
아트코리아 | 조회 557
<칼럼>
권력은 무상하다—경북신문 5월 30일
 
이 태 수 <시인>
 
‘바르기 살기’라는 일념으로 살아가려하지만 어려움이 적지 않다. 주위의 여건이 삭막하고, 내면적인 갈등도 제어하고 통어하기가 쉽지 않다. 바르게 살려면 우선 균형감각이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거울을 보듯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늘려보지만 흔들리고 자괴감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근작 ‘구두’는 그런 심경을 진솔하게 떠올린 시다.
 
내 구두는 균형이 깨지곤 합니다 / 오른쪽의 뒤축은 오른쪽이 더 닳고 / 왼쪽의 뒤축은 왼쪽이 더 닳습니다 // 그러나 구두 탓은 아닙니다 / 순전히 내 탓입니다 / 살짝 팔자걸음이라서 / 오른발은 우편향이고 / 왼발은 좌편향이어서 / 그렇게 되고 맙니다 /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닙니다 // 하지만 언제나 발을 내딛을 때는 / 온몸으로 균형을 유지하려 합니다 / 마음으로는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 구두를 벗어 들여다보면 민망스럽고 / 뒤축에겐 더욱 그러합니다 / 구두는 염치를 가르쳐주는 / 자성의 거울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자작시 ‘구두’ 전문)
 
세상 돌아가는 모습에 비춰 자기성찰로 귀결되는 마음의 그림을 그린 이 시는 자기희화화를 통해 대립각이 심각해지는 세상을 끌어당겨 바라본 경우에 다름 아니기도 하며, 그렇게 치닫는 세상을 통해 자신으로 귀결되는 자성에 무게가 주어졌다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요즘의 정치현실은 좌편향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저어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가 없는 형편이다.
 
배가 이따금 기우뚱거립니다 / 왼쪽으로 기우는 듯한데 / 사람들은 그쪽으로만 몰려갑니다 / 과연 배가 난바다에서 무사할는지요 // 선장과 선원들은 어쩌려고 그러는지 / 왼쪽으로 모여들라고 부추깁니다 / 목적지가 까마득할 텐데 / 가다가 좌초하려는 것인지요 // 어떤 이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 오른쪽에 모이자고 합니다 / 중심과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고, / 정신 차리자고 고함지르기도 합니다 // 배가 점점 더 왼쪽으로 기울어집니다 / 그런데도 태무심, 낙담들만 하니 / 이상하고 야릇한 일입니다 / 뻔히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자작시 ‘어떤 항해’ 전문)
 
난바다를 항해하는 배에 빗대어 오늘의 정치현실을 완곡하게 풍자한 시라 할 수 있다. 좌편향이 심각한 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높아지고 있지만 집권세력은 오로지 ‘마이웨이’다. ‘적폐(積弊) 청산’을 명목으로 검찰과 경찰, 정부기관을 앞세워 지난날 캐기에만 올인하고 있다. 하지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적폐 청산에 무게가 실리기보다는 나라가 어디로 가든 정권 연장에만 눈독을 들인 노림수로 밖에 보이지 않으며, 적폐를 확대재생산한다는 느낌마저 지울 수 없다.
집권세력의 지난날 캐기는 바로 전 정부, 또 이전 정부에 그치지 않고 일제강점기, 구한말까지 확장되고 있으며, 근래에는 조선조 건국 시점까지 치닫고 있어 그 저의가 수상하다. 더구나 전 정부나 바로 그 이전 정부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말은 어불성설일 정도로 과거에만 집착하고 있는가 하면, 아예 미래로 나아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게 한다.
벌써부터 지금 집권세력의 앞날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현 정부의 ‘정권을 잃으면 다 죽는다’는 절박감은 정권 연장 20년을 넘어 50년, 또는 그 이상의 집권론을 낳는지도 알 수 없으나. 이는 집단 트라우마의 표출이 아닐는지.
문득 ‘십년 세도 없고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권력무상(權力無常)을 비유한 속담이 문득 떠오르며.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도 뇌리를 스쳐간다. 정치인들의 비운(悲運)은 권력무상에 아랑곳하지 않는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통해 보아왔다. 어떤 권력이든 언젠가는 내려놓아야만 한다.
정치인이 배우에 비견되는 까닭도 연기를 하면서 인기를 먹고 산다는 데 있을 것이다. 퇴장이 멋져야 명배우로 갈채를 받듯이 정치인도 끝맺음이 산뜻해야 평가받게 마련이다. 지금 집권세력은 그런 겸양지덕을 깊이 새겨봐야만 할 것이다.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