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7    업데이트: 20-12-29 10:14

칼럼-5

‘모모스’가 따로 없다―경북신문 2019. 4. 29
아트코리아 | 조회 489
<칼럼>
‘모모스’가 따로 없다―경북신문 2019. 4. 29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 모모스는 남을 경멸하고 비난하는데 열을 올렸다. 언제나 남의 험담에만 소리를 높였다. ‘인간의 가슴에 창을 만들어 속마음을 알 수 없게 했다’고 말한 신을 비난했다가 결국은 하늘에서 쫓겨나게 된 ‘죄악의 신’이었다. 이 모모스 이야기가 비유하는 핵심은 남을 헐뜯고 비난하지 말라는 경고다.
‘검으면 희다 하고 희면 검다 하네 / 검거나 희거나 옳다 할 이 없다 / 차라리 귀 막고 눈 감아 듣도 보도 말리라’라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해동가요’도 비슷한 일깨움을 안겨준다. 조선조 중종 때는 당파 싸움이 서로 모함하고 비방하는 유언비어 난무 양상으로 치달아 나라를 온통 혼란에 빠져들게 했다.
요즘 세상이 바로 그 모습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정치판은 물론 어디를 둘러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어떤 문인이 요즘 우리 사회를 ‘인간은 외출하고 없는 공간’이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그까지는 아니더라도 진실보다는 위선과 잔꾀로 득세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많은 세태임엔 틀림없는 것 같다.
우리는 지금 서로 편협한 이기심을 앞세우고, 위선적인 인격을 성실한 듯한 표정으로 가장하는가 하면, 남을 생각하는 척 기실은 해치려고 하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들여다봐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인간관계는 비인간화로 가게 되고, 오로지 경쟁에서 이기려고만 하는 발버둥과 술수, 남 헐뜯기와 비난으로 인해 ‘역지사지’와는 거꾸로 갈 수밖에 없게 된다. 그 결과는 갈등과 반목, 불신과 불행, 종국에 가선 자기 파괴로 이어지지 않기 어려울 것이다.
이 같은 비인간적 행태는 가정에서의 천륜 배반, 직장에서의 불신과 적대행위를 낳고 키우게 마련이다. 국가와 사회는 그런 악재들이 모여들어 아수라장이 안 되고 베길 도리가 있겠는가. 더구나 그 피해는 모두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신의와 의리, 약속과 믿음이 파편처럼 부서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현상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정치지도자들 사이에 가장 먼저 일어나 도미노 현상을 부른 나머지 온 나라를 혼란과 갈등, 걷잡기 어려운 분열에 빠뜨리고 있다.
정치지도자들은 약속 파기와 거짓말을 얼마나 많이 해 왔던가. 권력을 향한 목적 좇기에 혈안이 돼 토사구팽을 스스럼없이 자행하는 모습을 다반사로 바라봐야 한다. 권력을 좇으며 이용과 배반으로 무리지어 나는 ‘철새 정치인’들이 이동과 이합집산이 거듭되고 있다. 나라와 남이 어떻게 되든 자신의 눈앞만 바라보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호기롭게 출발했던 문재인 정권을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집권 후 시간이 갈수록 국민의 뜻과 거꾸로 치닫는 오만과 독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긍정과 통합보다는 부정과 적대의 분위기만 부추기고 있으며, ‘나만 정의’라는 위선으로 권력 장악에만 혈안에 돼 있는 느낌이다.
거짓말은 이제 체질화됐는지 누구나 뻔히 알고 있는 문제까지도 아전인수식으로 속이려 하는 건 아닌지. 최근의 한미정상회담은 부끄러울 정도로 부실했는데도 자화자찬만 늘어놓는가 하면,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데도 고용 개선이라는 궤변을 서슴지 않는다. 탈원전의 여파가 어떻게 되든 오직 마이웨이이며, 경제가 휘청거리면 결국 국민 부담만 가중시킬 뿐인 추가경정예산만 퍼부으려 한다.
누가 뭐라고 하든 아예 귀를 닫고 노골적인 사법부 코드화와 낙하산 인사를 일삼는가 하면, 미래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지 무상복지 남발로 사탕발림을 하면서 권력 연장을 위한 길만 달리려 하고 있다.
더구나 여당은 물론 이젠 국회까지도 문 정부의 코드에 맞춰 눈앞의 이익만 좇고 있는 것 같다. 자유한국당을 뺀 4당이 공수처법을 전격 합의한 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게다가 제1야당의 동의 없이 국가의 근본 틀을 마구잡이로 거래하고도 부끄러운 기색이 추호도 없으니 기가 막힐 뿐이다. 오로지 남의 흠담만 일삼는 정부와 그 코드가 하늘 높은 줄 알 때가 언제 오기나 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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