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네 탓’ 타령―경북신문 2019. 3. 26
사람들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에 신물이 날 지경이라고들 한다. 요즘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불륜을 예사로 저지르면서 자기 눈의 들보는 아예 보려고도 하지 않은 채, 모든 걸 ‘네 탓’으로만 뒤집어씌우려하기 때문이다.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등을 공직 배제 원칙으로 공언했던 지금 정부는 누가 뭐라고 하든 그 원칙을 지키기는커녕 그런 흠결이 있는 사람들을 막무가내 고위공직에 앉혀왔고, 계속 앉히려 한다. 그야말로 ‘내로남불’의 길로만 치닫는 형국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물론 보통사람들도 국회 인사청문회 무용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오래된 과거까지 까발리며 적폐(積弊)를 청산하겠다는 정부․여당이 현재진행형 적폐를 거침없이 저지르면서 그 부메랑에마저 눈을 감아버리려 한다는 비판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소통(疏通) 부재는 갈수록 가관이다. 소통을 그토록 내세웠던 정부․여당이지만 민심이 어디로 흐르던 쓴소리에는 아예 귀를 닫은 채 ‘오직 나만 선(善’)이라는 식의 불통의 길만 가는 느낌이다. 지난 대선 때 대통령의 24시간 일정을 공개하는 등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던 말은 어디로 증발돼 버렸는지 알 수 없다.
이 같은 오만(傲慢)과 독선(獨善)은 어느 분야에 국한된 게 아니라 미치지 않는 데가 없을 정도다.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문제 할 것 없이 뒷걸음치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데도 오로지 ‘네 탓’ 타령으로 독주를 멈추기는커녕 속도를 붙이고 있으니 과연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걱정이 태산일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미증유의 아픔을 겪었을 뿐 아니라 여전히 그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진(地震) 문제를 두고도 대책은 뒷전인 채 역시 ‘네 탓’ 타령이니 기가 찰 따름이다. 전문가들이 2017년 11월의 포항 흥해 지진은 자연재앙이라기보다 인재(人災)였다는 진단을 내놓았는데 여당은 그 탓을 전 정부로 돌리려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포항 지진이 발생하기 석 달 전에 지진 발생 위험도 조사가 됐고,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와 9월에 지열(地熱)발전소 시험가동이 되면서 지하에 물 붓기 작업이 진행된 게 문제였던 것 같다. 정부 조사연구단은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의 물 붓기 작업으로 영향을 준 ‘촉발지진’이라는 공식 발표를 하기도 했다.
이에 이강덕 포항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책사업으로 건설된 지열발전소의 물 붓기 작업은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진행됐고, 그 결과 지진을 촉발한 점 등 인재로 드러난 이상 완전한 복구와 피해 보상을 서둘러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재산상의 손해와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포항시민들의 격앙된 민심이 안중에도 없는지 대책 마련보다 전 정부를 겨냥한 ‘네 탓’ 타령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진 발생 위험도 조사를 부실(不實)하게 한 것도 큰문제지만 정부․여당의 안이한 자세는 더 큰 문제다. 당시 관련 부처로부터 조사 결과 보고 요청도 없었다니 그 조사 자체에조차 무관심했다는 얘기이며, 과학적인 조사가 되기도 전에 ‘자연지진’으로 재생에너지인 지열발전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니 ‘탈원전(脫原電)’에만 눈이 어두웠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정부․여당은 이런 과학적 사실을 외면한 채 지열발전소 사업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에 시작됐다는 사실만 부각시키면서 전 정부 탓을 한다. 잘못돼가는 일은 죄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탓으로 돌리는가 하면, 최근에는 건국(建國)) 이전으로까지 거슬러 오르며 ‘적폐청산’을 하겠다는 지금 정부는 아무래도 ‘네 탓’ 타령만 일삼으며 미래로 나아갈 생각은 없는 게 아닌지, 답답하다.
요즘 부쩍 왜 이럴까요 / 내 탓이 네 탓이 되고 / 네 탓이 내 탓이 되는 세상입니다 / 좋은 일이면 네 탓이 내 탓이 되고 / 나쁜 일이면 내 탓이 네 탓이 되는 / 그런 세상인 듯합니다 / 그렇게 내 탓을 네 탓으로 뒤집고 / 반대로 네 탓을 내 탓으로 뒤집는 / 세상은 연옥 같습니다 / 나쁜 일이면 내 탓이 네 탓이 되고 / 좋은 일이면 네 탓이 내 탓이 되는 / 그런 세상은 경전에만 있는지요 / 내 탓이오, 내 탓이오, / 그런 말은 요원합니다
—자작시 「다시 세상 타령 2」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