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7    업데이트: 20-12-29 10:14

칼럼-5

세상 타령―경북신문 2018. 10. 26
아트코리아 | 조회 424
<이태수 칼럼>
세상 타령―경북신문 2018. 10. 26
 
요즘 시를 쓰면 마음이 외부로 열리고 세상 돌아가는 모습에 무게가 실릴 때가 적지 않다. 오랜 세월 동안 거의 한결같이 ‘더 나은 삶과 그런 세계’(초월)를 꿈꿔왔지만 대체로 형이상학적인 명제에 무게중심이 주어지게 마련이었는데 스스로도 의아해지게 되는 건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문학적 장치를 겉모습으로는 쉬운 구문으로 풀어내려고 애쓴 것과도 다르게 문학적 기법마저 가급적 내려놓게 되기도 해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더구나 ‘도드리장단에 느릿하게 부르는 애수 어린 노래’나 ‘중얼거리는 민요조의 되풀이되는 노래’로 불리는 ‘타령’으로 기우는 시가 쓰이는 건 보통사람들이 즐겨 부르던 ‘판소리’나 ‘잡가’처럼 세상을 향해 비아냥거리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즈음 정치현실을 바라보면 할 말이 너무 많지만, 최대한 자제하더라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짜 뉴스’에 대해서만도 ‘내로남불’이라는 신조어가 자꾸 떠오르곤 한다. 어떤 정당은 탈원전, 공공기관 고용세습, 코드인사 비판, 남북문제 등만도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쓰레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권력 휘두르기’라는 인상을 씻으려야 씻어지지 않아 자신의 눈이 잘못돼 그렇게 보이고, 진짜가 가짜로 여겨지고 가짜가 진짜로 여겨져서 그럴까하는 생각까지 들 때마저 없지도 않다.
 
세상이 거꾸로 가는 것만 같아
내가 거꾸로 가서 그런 걸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가까웠던 사람들이 멀어지는 것 같아
도리어 내가 멀어져서 그럴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 생각 저 생각에 불 지펴 봐도
세상은 마냥 안갯속입니다
그래도 가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내가 길을 잘못 들었든 세상이 그렇든
둘 중의 하나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내가 잘못 가고 있더라도
세상이 거꾸로 가서는 안 될 일입니다
 
마음 바꾸고 길도 바꾼 사람들이
보란 듯이 줄지어 가지만
눈뜨고 바라보기 민망스럽습니다

내가 길을 거꾸로 가고 있는지
바람 따라 가는 사람들이 그런지
두고 봐야 할는지요
세상 바뀔 때마다 바뀌어야 옳은 건지
바뀐 세상이 다시 바뀌어야 할지도
두고 볼 일일는지요
―자작 졸시 ‘세상 타령’ 전문
 
아무튼 ‘제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하고 ‘남 탓’을 하는 일일지라도, 진정으로 소망하건데 세상을 ‘제대로’, ‘바로’ 돌아가기만을 바라고 싶다. 오죽하면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가고 있지만 그런 줄에 추호도 서고 싶지 않은 ‘내’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를 간절히 바라게도 되는 것일까.
언론사에 오래 몸담아오기도 했지만, 요즘 부끄러워지기도 하는 건 ‘왜’일까. 세상은 ‘힘 있는 사람들’(정권)의 비판을 위축시키고 ‘힘 없는 사람들’(국민)의 알 권리마저 막으려 하는 ‘언론에 제갈 물리기’가 은밀하게 진행되고, 언론들이 알게 모르게 그렇게 물들여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면 이 또한 ‘잘못 생각하고 있는 일’이기만 할까.
‘칼자루 쥔 사람들’(권력)의 ‘내로남불’과 ‘남 탓 타령’이 설득력 있게 자제되고, 많은 ‘보통사람들’을 하늘처럼 여기는 세상은 언제까지 기다려야만 할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음은 천근같이 무겁고 어두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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