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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마음이 머무는 詩] 외길-이태수 / 천지일보 2023.09.06
아트코리아 | 조회 283
[마음이 머무는 詩] 외길-이태수

천지일보 2023.09.06 18:11
 

외길 

    이태수(1947~ )
 

요즘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좌지우지 세상 주무르는 사람들이

역겨워 되레 내게 문제가 있는지

생각해 보다가도 더 싫어지니 왜일까

같이 가던 사람들이 그리로 몰려가

내 눈에 문제가 있는지 다시 생각하다

제자리로 돌아오니 더 괴로워진다

괴롭고 슬퍼도 마냥 그대로 가려 한다

세상이 영영 달라지지 않을지라도

마음 안 내키는 길은 안 가려 한다

설령 벼랑에 이르는 길일지라도

오직 가고 싶은 길로만 가려 한다

아프고 외로워도 내처 가려 한다

 

[시평]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외길’을 가는 고행과도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좌파다 우파다 하며, 좌지우지 세상 주무르는 사람들이 때로는 역겨워도, 이것이 이들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마음에 두고, 마음을 쓰는 ‘나’에게 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에 이르면, 더욱 싫고 괴로워진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수많은 난관을 만나 어려워하고 괴로워한다. 좌니 우니 하는 문제만 해도 그렇다. 언제 내가 좌였고 언제부터 내가 우였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그러함에도 나도 모르게 내가, 내 생각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나도 모르게 어느 한쪽을 미워하고, 어느 한쪽을 지지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나 자체가 나를 힘들게 한다.

이런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때때로 세상이 영영 달라지지 않을지라도, 마음 내키지 않는 길은 결코 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곤 한다. 비록 이 길이 벼랑에 이르는 길일지라도, 오직 가고 싶은 길로만 가겠다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곤 한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무런 말도 없이, 다만 우리의 앞으로 뻗어, 뻗어만 나 있는데 말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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