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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좋은 시를 찾아서 107 이태수 시인 / 대구신문 / 2023-07-04
아트코리아 | 조회 479
[좋은 시를 찾아서] 바다 이불





바다 이불

         이태수 시인
 

노을은 바다의 무늬 고운 이불일까 

수평선에 조금 걸려 있던 해가 

그 이불을 끌어당겨 뒤집어쓴 것일까 

달이 뜨고 별들이 흩어져 앉아, 

더러는 이마 맞대고 서서 깜박이면서 

그 이불 무늬를 바꾸어 놓는다 

해가 수평선 너머에서 잠자는 동안은 

달과 별들이 바다 이불의 무늬, 

바다와 해의 꿈결이라고 해도 될까
 

◇ 이태수= 1947년 경북 의성 출생. 1974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그림자의 그늘’(1979), ‘우울한 비상의 꿈’ 등 그 외 다수. 대구시 문화상(1986) 동서문학상, 천상병 시문학상, 대구예술대상. 상화시인상,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매일신문 논설주간, 대구한의대 겸임교수, 대구시인협회 회장, 한국 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해설> 시인이 거목이 되고 그 나무에 열린, 시란 열매가 익으면 어떤 맛을 낼까? 결국에는 밤을 설치며 고민했던 세상의 많은 원칙과 이치들이 단순해진다는 것이다. 살구나무는 살구 맛을 매달고 오얏나무는 오얏 맛에 충실한다. 결국 현학의 옷을 벗고 일상의 쉬운 말을 선택하게 된다. 어쩌면 그것은 정답이고 시인의 진정성 있는 면목은 아닐까. 노을은 바다를 덮는 고운 무늬의 이불이라고 보는 시인에게 더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그래도 바다가 그냥 있지 못하는 것은, 출렁임이 바다의 본질이기 때문에 “달이 뜨고 별들이 흩어져 앉아,/ 더러는 이마 맞대고 서서 깜박이면서/ 그 이불 무늬를 바꾸어 놓는다”라고 쓰고 있다. 어떤 오도誤導와 훼방을 태연하게 견디는 것 또한 시인이 소망하는 꿈결 아니겠는가. 해가 수평선 너머에서 잠자는 동안만은 바다를 덮는 노을에, 시인은 아늑하게 취하고 싶은 것이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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