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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반갑다 새책] 유리벽 안팎 / 유리벽 너머 들여다본 나. . ./ 매일신문 / 2023-05-20
아트코리아 | 조회 609


'유리창 너머 새가 날아왔다가 간다/ (중략) 가서 돌아오는 것들도 가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것들도 간다/ 유리창 밖을 바라보고 있던/ 내 마음이 그 풍경 속으로 갔다 오고/ 돌아와서는 가는 것들을 따라간다'(유리벽 안팎 1 부분)

'그렇다면 나는 자초해서/ 유리벽에 갇힌 걸까요/ (중략) 때로는 나를 가둬놓고/ 바깥을 바라보기만 해요'(유리벽 안팎 2 부분)

안과 밖을 연결하는 유리창은 왜 자신을 가두는 유리벽이 됐을까. 시인은 자신을 유리창 안에 가둬 놓고, 갇힌 상태로 밖을 바라본다. 절대적인 고독 속에서 끊임 없는 자기반성과 내면 성찰을 해 온 그의 자세가 시 속에 드러나 있다.

197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태수 시인이 올해 등단 50년을 맞아 스무 번째 시집 '유리벽 안팎'을 펴냈다. 그는 ▷바다 이불 ▷술잔 속의 파도 ▷절해고도 2 ▷자작나무 꿈길 ▷한겨울 달빛 ▷꽃 한 송이 ▷그루잠의 꿈 ▷낙조 ▷사람이 그립다 2 등 신작시 76편을 실었다.

시인은 2018년부터는 해마다 거르지 않고 시집을 내왔다. 특히 지난해는 '담박하게 정갈하게', '나를 찾아가다' 등 두 권의 시집을 낼 정도로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집에는 내면적 갈등을 순화하고 정화하는 자기 성찰의 육성이 담겨있다. 경계를 초월한 실존적 삶에 대한 인식과 영원을 향한 갈망이 깔려 있으며, 대상과 세계를 향한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자아의 참모습을 찾으려는 부단하고 치열한 모습을 유려하고 원숙한 서정적 언어에 녹여냈다.

조창환 시인은 해설을 통해 "이러한 변증법적 통합의 원리는 이 시인의 온유한 성품과 진지한 탐구 정신에 기인"하며 "그의 시는 온건하면서 교양이 있고, 중도적이면서 깊이가 있고, 평이하면서 깨우침이 있는 언어를 구사한다"고 풀이했다.

이 시인은 자신이 갇혀 있다는 자각을 하는 순간부터 탈출을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는 자신의 내면을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섬, 즉 '절해고도(絶海孤島)'라고 인식한다.

'이 풍진세상이 싫어져 가끔은/ 아무도 없는 데로 가서/ 홀로 있고 싶어지기 때문일까'(절해고도 1 부분), '빗장 지르고 스스로 갇혀 있는/ 나는 절해고도다/ 모든 것이 내 탓인지 알 수 없지만/ 사람들 속에서 사람이 하도 그리워/ 사람을 찾아가는/ 세파 속의 꿈 꾸는 절해고도다'(절해고도 2 부분) 등 절대적 고독 속에 때로는 이중적이고 모순된 심리 상태를 토로하기도 한다.

그의 시는 온건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치열한 내면적 혼돈과 고민을 거친 결과물이다. 온유하고 평온한 심성에 도달하기까지 고통스러운 시련과 고뇌의 시간이 있었음을 그의 시 속에서 느낄 수 있다. 시력(詩歷) 반세기, 자아의 참모습을 발견하기 위한 그의 부단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스무 번째 시집을 묶는다. 나이와 같은 수의 시를 담는다. 올해는 등단 쉰 해째 되는 해다. 어디까지 가게 될지 모르지만 가는 데까지 가보려 한다." 140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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