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8    업데이트: 23-12-13 15:49

언론 평론

불교신문 2022. 2. 25 [문태준의 詩 이야기]
아트코리아 | 조회 556
불교신문 2022. 2. 25
[문태준의 詩 이야기]
 
이태수 시 ‘한겨울밤’

한겨울 깊은 밤중에
찬물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켜고
창틀 흔드는 바람소리에 귀를 모은다
희미한 소금등 불빛,
불빛에 술렁거리는 악몽 부스러기들
 
하지만 애써 잠을 다시 부르지 않고
뜨거운 불잉걸 하나
가슴 속에 끌어들여 밤을 지새고 싶다
잉걸불로 타오르는 비애마저도
깊이 그러안고 싶다
―이태수 시 ‘한겨울밤’ 전문
 
이슥한 한겨울밤에 시인은 악몽을 꾸다 일어나 홀로 앉는다. 그리고 찬물 한 잔을 마신다. 바깥에는 바람이 차고 거세고, 불빛은 혼돈처럼 흔들린다. 시인은 불길하고 무서운 꿈자리를 부르지 않기로 마음을 먹는다. 비애도 스스로 끌어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받아들이고 바로 볼 때에만 악몽과 잡념에서 벗어나고 비애를 가라앉힐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찬물’은 마음을 맑게 하고 안정시키는 것으로 시인은 “뜬끔없는 망상을 지워내며// 찬물을 두어 잔 마신다”라고 다른 시에서 쓰기도 했다.
 
올해 벽두에 열여덟 번째 시집을 펴내면서 시인은 “내릴 건 내리고 비울 건 비우면서 마음을 담박하게, 정갈하게 낮추며 가려고 다짐해 본다”라고 썼는데, 그런 속다짐을 이 시는 잘 보여준다.
―문태준 / 시인ㆍ불교방송 PD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