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8    업데이트: 23-12-13 15:49

언론 평론

<양왕용의 시 읽기 55> 이태수의 봄 전갈-2020대구통신
아트코리아 | 조회 400
<양왕용의 시 읽기 55> 이태수의 봄 전갈-2020대구통신

봄 전갈-2020 대구통신

이 태 수
 

오는 봄을 잘 전해 받았습니다
사진으로 맞이할 게 아니라
달려가 맞이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질 나쁜 바이러스 때문에 그럴 수가 없군요
사진 속의 눈새기꽃에 가슴 비비고
너도바람꽃에 마음을 끼얹고 있습니다
이곳은 지금 창살 없는 감옥,
육지에 떠 있는 섬 같습니다
노루귀꽃 현호색 꿩의바람꽃
데리고 오시겠다는 마음만 받겠습니다
안 보아도 벌써 느껴지고 보입니다
소백산 자락에 봄이 오고 있듯이 멀지 않아
이곳에도 봄이 오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너도바람꽃이 전하는 말과
눈새기꽃 말에 귀 기울입니다

당신은 괜찮으냐고, 몸조심 하라고
안부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그런 문자메시지가 줄을 잇고 있어서
고맙기는 해도 되레 기분이 야릇해집니다
이곳이 왜 이 지경까지 되어버렸는지
생각조차 하기 싫어집니다
마스크 쓰고 먼 하늘을 쳐다봅니다
오늘도 몇 사람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날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억장이 무너집니다
하지만 그 끝이 보일 때가 오겠지요
더디게라도 새봄이 오기는 올 테지요

-공동 시집 『코로나? 코리아!』 (2020.7 ) 수록

 

<약력> 1947년 경북 의성 출신, 매일신문 논설 주간, 대구한의학대학교 겸임 교수 역 임, 한국가톨릭문학상, 동서문학상 시 부문, 대구시 문화상 문학 부문 등 수 상, 시집『침묵의 결』,『침묵의 푸른 이랑』,『따뜻한 적막』,『유리창 이쪽』,『꿈꾸는 나라로』 등 20 여권, 시론집 『현실과 초월』,『응시와 관조』 등이 있음.

 

시 「봄 전갈-2020 대구 통신」은 2020년 봄 코로나19가 집단 발병한 대구 사태를 직접 겪은 대구의 이태수 원로 시인의 작품이다.

이 시인의 말대로 ‘창살없는 감옥’이요, ‘육지에 떠 있는 섬’ 같은 대구에도 2020년의 봄은 왔지만 시인은 몸으로 느끼지 못하고 사진으로만 느끼는데 그 느낌은 꽃 가운데 야생화들 즉.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눈새기꽃(일명 복수초)과 너도바람꽃에 마음이 간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 두 꽃은 모두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 해 살이 풀에서 피는 야생화로 눈새기꽃은 복수초라는 다른 이름처럼 복과 장수를 상징하고 있으며 부유와 행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야샹화이다. 다른 야생화 노루귀꽃 역시 앞의 두 야생화와 같은 과의 꽃인데 꽃말은 인내. 신뢰, 믿음 등이며 꿩의바람꽃은 속칭 아네모네로 알려진 꽃이다. 이렇게 이 시인의 시에 등장하는 야생화는 모두 다년생 나무에서 봄에 피는 야생화이며 아름답지는 않지만 여러 해 반복해서 피는 끈질김을 가지고 있다. 이로 볼 때 이 시인은 극한 상황의 도시 대구에서 봄철의 산야에 피는 야생화의 끈질김을 통하여 희망과 행복을 소망하고 있다. 다른 말로 바꾸면 이들 야생화처럼 끈질김과 강인함으로 <코로나 19>를 이기자는 시인의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둘째 연에서는 이런 시적 장치도 없이 위로의 전화나 문자 메시지가 오히려 심리적 압박을 가져 온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끝 부분에서는 더디게 올지라도 ‘새봄’이 오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태수 시인의 시에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위기나 이러한 전염병을 근원적으로 유발한 인간의 과도한 욕망이나 그로 인한 자연파괴를 고발하지 않고 코로나 19의 고통으로부터의 해방만을 소망하고 있다. 아마 2020년 봄의 대구사태를 직접 당해본 당사자들은 그 당시의 급박한 상황의 때문에 거대 담론을 펼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2021년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지금 중국 우한에서 2019년 12월에 첫 발병한 코로나 19는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인간은 이 시인이 열거한 야생화처럼 끈질긴 인내로 백신을 맞으며 마스크를 벗을 새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양왕용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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