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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 2021. 12. 08
아트코리아 | 조회 441
[전국매일신문] 2021. 12. 08
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이미지투데이 제공]


입 막고 코 막고-코로나 블루 1

                          이 태 수
 
눈을 뜨고 귀를 열며 길을 나섭니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입을 막고 코를 막아야 합니다
낯선 사람, 낯익은 사람들 모두가
코를 막고 입도 막고 있습니다
귀를 열어 눈을 떠도
보나 마나 들으나 마나일 뿐입니다
 
사람들 사이가 가까워지지 않습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경계하며 불신하고 있습니다
그 누가 입을 열고 코를 열면서
헤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은 이제
서로 못 믿어 멀어지는 사이입니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갑작스레 오한이 나며 40도를 넘나드는 고열이 동반된다. 환자는 곧 의식을 잃고 헛소리를 늘어놓는다. 길면 2, 3일에서 짧게는 발병 24시간 만에 숨을 거둔다. 
시체에는 검은 반점이 생겨난다. 14세기 중세 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몰고 간 페스트의 증상이다. 당시 의술로는 발병 원인도, 치료법도 알 수 없었기에 그저 ‘신이 내린 형벌’로만 인식되었던 이 병으로 1340년대 유럽에서 2,000만~3,000만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유럽 인구의 5분의 1 내지 3분의 1이 희생된 것이다. 
페스트가 휩쓸고 간 유럽은 처참하게 변했다. 인구가 급격하게 줄면서 중세 유럽을 지탱하던 봉건 제도가 무너졌고, 경제 체제도 일대 변혁을 맞게 되었다. 1347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처음 발생한 패스트는 3년 만에 전 유럽을 휩쓸어 많은 희생자를 낸 것이다. 조선시대 세종대왕 때도 전국을 휩쓴 두창이나 광해군 때 황해도 지방을 휩쓴 열병은 조선의 국력을 쇠퇴하게 하였다. 
전염병은 그만큼 무섭다. 한 나라의 멸망도 가져온다. 지금은 어떤가. 유럽의 페스트보다 훨씬 무서운 바이러스가 전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영양상태가 좋고 의학의 발달로 바이러스를 규명하여 희생자가 적다는 것이지만 아직도 치료약과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더 두렵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장벽을 쳐야 할 만큼 무섭고 이제는 물리치지 못할 바에 함께 살며 적응하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태수 시인은 인류의 멸망을 점친 게 아니다. 그렇다고 코로나바이러스를 친구라 하지도 않는다. 전염병 때문에 이웃과 가족, 동료와 친구까지 멀리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병균 때문에 오직 나만을 챙겨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언제 끝날 줄 몰라 두렵다. 
그러나 절망하지는 않는다. 사람이기 때문에 곧 물리칠 거라는 희망을 갖는다. 무서운 바이러스지만 언제나 이겨왔지 않았는가. 서로 조심하고 조심하며.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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