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봄이 멀지 않다. 산곡(山谷)의 얼음이 풀리고, 물소리가 점차 커진다. 시인은 계곡의 물이 절을 지나 아래로 내려가는 소리를 듣는다. 그것을 동안거를 해제하고 산문 밖으로 만행을 떠나는 수행납자에 빗댄다. 맑고 깨끗한 물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듯이 수행납자의 만행은 세속을 청정한 기운으로 만들 것이다. 봄의 기운이 화사해지고, 봄의 물소리가 밝으니 새도 환하고 고운 소리로 화답한다.
시인은 시 ‘무장산 계곡’을 통해 “낮은 데로 흐르는 계곡 물은/ 은피리를 품는다고 했던가/ 누군가/ 눈을 감고 가만히 귀 열면/ 피리소리도 들린다고 했던가”라고 썼다. 봄의 계곡에 가서 바퀴처럼 굴러서 내려가는 물소리를 들으며 물소리가 품고 있는 은피리를 한 번 찾아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