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8    업데이트: 23-12-13 15:49

언론 평론

최일성의 시인순례 ③
아트코리아 | 조회 1,088
최일성의 시인순례 ③
최일성 주필.시인

마음은 먼지처럼
                                           이  태  수
 
내 발은 허공에 떠 있습니다.
마음은 먼지처럼 떠다니고
몸도, 방도, 집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안 보이지만 느껴지던 그가
기다림과 그리움의 저쪽 하늘 깊이
다시 숨어버렸습니다.
이 눈물겨운 지상에서 마음은
또다시 정처가 없습니다. 바람처럼
집도, 방도, 몸도 허공에 떠 있습니다.
애타게 불러보아도 그는
뜬구름 저켠, 둥근 집에 있습니다.
 
이태수 시인은 보다 맑고 아름다운 꿈의 공간으로서의 “마음의 집”을 빚고 그 속에서 살고 싶어해온 욕망의 읊조림 들이라고 그의 시를 자평한 적이 있다.
이태수 시인이 동경해 온 아름다운 꿈의 공간은 현실에서는 가질 수 없는 이상의 피안에 있는 세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시인은 바람처럼 집도 마음도 혹은 몸까지도 그리움이 고여 있는 깊고 깊은 하늘 어딘가에 있는 모나지 않는 둥근 집을 찾아 헤매는 외로운 보헤미안이다.

그의 발이 허공에 있는 만큼 그의 마음은 기다림과 그리움의 미학을 찾아 끝없는 방황을 계속하고 있다. 안주하는 그리움이 아니라 먼지처럼 바람처럼 떠다니는 기다림의 빈자(貧者)가되어 둥근 집에 걸어둘 아름다운 마음들을 찾아 오늘도 미완성의 방황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이태수 시인의 작품을 읽고 있으면 종교적 믿음이나 신의 경지로 독자들을 인도하려는 의도보다도 극히 인간적인 그리움, 적어도 도덕적으로만 무장되지 않은 폭넓은 사고(思考)의 숲으로 독자들을 안내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그의 그리움들은 항상 흔들리는 것이고 눈물겨운 지상의 마음들도 정처없이 떠도는 먼지라고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동경하는 둥근 집을 그리움 속이든 바람 속이든 간에 지을 수 있을 때 그의 시는 우리들의 내면을 밝히는 등불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태수 시인은 1947년 경북 의성에서 출생하였다.
1974년 현대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온 그는 시집 “그림자의 그늘” “우울한 비상의 꿈” “그의 집은 둥글다” “안 보이는 너의 손바닥 위에” “꿈속의 사닥다리” “물속의 푸른 방” 등이 있으며 현재 대구 매일신문의 논설주간으로 근무하고 있다.

1986년 대구시 문화상을 수상했으며 1986년 제9회 동서 문학상, 2000년 제3회 카톡릭 문학상을 수상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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