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8    업데이트: 23-12-13 15:49

언론 평론

2008-11-12 제주일보 "낯술"
이태수 | 조회 843

낮술

 

“풀어지면서 한잔/ 晩村洞 산비알, 포장집/ 구석에 몰리며 두잔/ 낮술에 마음 맡겨 희멀건 낮달처럼/ 희멀겋게 희멀겋게 세 잔, 네 잔”

이태수 시인의 ‘낮술’ 일부입니다.

그저 앞길이 막막하기만 한 경기불황이지만 계절이 계절이라 나들이할 기회가 많은 요즘입니다. 동문회 야유회다, 체육대회다 하는 단체 모임이 많은 절기여서 그런지 주말이면 삼삼오오 모여앉아 권하는 낮술이 낯설지 않은 요즘입니다.

시인의 말처럼 희멀겋게 마시다보면 다섯 잔, 여섯 잔도 모자라 낮술에 취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낮술을 마시고 취하지 않는 요령도 중요합니다만 여기서 낮술에 대한 상식 한가지. 낮술에 취하면 부모도 몰라본다는데, 과연 그럴까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쥐에게 하루 중 아침, 점심, 저녘 시간대에 알코올을 투여해 신체조직의 감수성을 조사했습니다. 알코올에 대한 감수성은 시간에 따라 하나의 리듬을 형성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경우, 장기의 감수성이 최고조인 때는 아침, 뇌는 저녁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낮술은 몸에 영향을 주고, 밤술은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낮술은 낮시간대에 활발한 신체활동이 더해져 좀더 빨리 취기가 전해지게 되면서 몸을 가누기 힘든 지경까지 가는 것이지요.

▲만추에 만나는 반가운 사람들과 낙엽을 보며 낮술 한잔을 하실 요량이라면 박상천 시인의 ‘낮술 한 잔을 권하다’라는 시 한편 전해드립니다.

“낮술에는 밤술에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넘어서는 안될 선이라거나, 뭐 그런 것// 그 금기를 깨뜨리고 낮술 몇 잔 마시고 나면/ 눈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햇살이 황홀해진다//…(중략)…안전선이라는 허명에 속아 의미없는 금지선 앞에 서서/ 망설이고 주춤거리는 그대에게 오늘 낮술 한잔을 권하노니”

시인은 계속 말합니다. “두려워 마라/ 낮술 한 잔에 세상은 환해지고/ 우리의 허물어진 기억들/ 그 머언 옛날의 황홀한 사랑까지 다시 찾아오나니”

그러나 낮이나 밤이나 많이 마시게 되면 취하기는 마찬가지여서 가급적 낮술은 자제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권고사항입니다.

<김홍철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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