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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유리창 이쪽]1. '코로나19' 속 대구에서 보내온 봄 전갈 / 문학세계사 2020.03.19
아트코리아 | 조회 245
‘코로나 19’ 속 대구에서 칩거하며 봄을 기다리는 희망의 시들
중진시인 이태수의 열여섯 번째 시집



내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 지성적 관조로 자아와 세계의 조화로운 합일을 꿈꾸는 시세계를 펼치는 중진시인 이태수의 열여섯 번째 시집 『유리창 이쪽』(문학세계사)이 출간됐다. 시집 『거울이 나를 본다』, 『내가 나에게』에 이어 역시 1년 만에 펴냈으며, 신작시 73편을 실었다. 순수한 인간 정신의 불멸성과 삶의 이상적 경지를 추구하면서 철학적 사유의 깊이가 심화된 서정시들을 담고 있는 이 시집은 우주적 신성성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형이상학적 지향과 현세적 욕망 저편에 자리 잡은 신비로운 절대 세계에의 꿈꾸기로 현상적 초월에 다다르려는 길 찾기에 무게가 실려 있다. 
특히 이번 시집에는 '코로나 19' 속 대구에서 머무는 시인의 심경이 절절히 담긴 시가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




시인은 답답하고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진정한 봄을 기다리며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대구를 향한 무분별한 혐오나 두려움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에도
코로나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대구 시민과 의료진을 향한 응원과 지지의 목소리가 전해진다면 대구에도 반드시 도착할 새봄을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은 외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담담하고 담박한 수채화 같은 풍경화가 시인 이태수의 내면 모습이다. 그는 철학적 사유를 드러내어 겉멋을 부리거나 현실비판이나 풍자에 관심 있는 시인이 아니며,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은 사색과 명상의 흔적을 진솔한 언어로 형상화하는 순정한 서정시인이다. 외로움이나 그리움이나 괴로움도 그를 흔들지 못한다. 시인은 그러한 감정들을 애틋하고 아련하게 쓰다듬고 다독거려서 맑게 길들인다. “이슬처럼, 물방울처럼”이라는 표현 속에는 정결함과 투명함을 동경하는 정서적 평정상태가 있다. 이 잔잔하고 평화롭고 깨끗한 심리상태를 그는 “잠깐 꾸는 꿈” 같다고 말한다. 그 잠깐 동안의 몽롱한 체험을 그리워하면서 시인은 시를 쓰고 자신의 내면을 정화시킨다.

시인은 자아와 세계의 대립적 분별을 지양하고 동양적 합일을 지향한다. 바라보기에서 꿈꾸기에 이르는 과정을 통하여 현상적 초월에 다다르는 길, 그 길 위에서 시인은 속절없이 애태우고, 하염없이 헤매고, 언제나 겉돌아 왔음을 깨닫는다. 지성적 관조자의 모습을 지닌 이 시인이 우주적 신성성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자세는 이토록 진지하고 성실하다. 수행자나 구도자의 자세가 아니라 담담하고 담박한 응시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내면을 형상화하는 이태수 시의 진정성이 귀하고 가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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