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8    업데이트: 23-12-13 15:49

언론 평론

이태수 시인, 시집 '내가 나에게'· '응시와 관조' 출간 - 매일신문
아트코리아 | 조회 559
이태수 시인이 열다섯 번째 시집 '내가 나에게'(문학세계사)와 네 번째 시론집 '응시와 관조'(그루)를 함께 펴냈다.



시집 '거울이 나를 본다'에 이어 1년 만에 펴낸 '내가 나에게'에는 ▷옛 우물 ▷물, 또는 내려가기 ▷별, 또는 올라가기 ▷눈이 내릴 때 ▷초봄의 화엄 ▷팽나무 있는 풍경 ▷그 사람의 뒷모습 ▷구두 ▷어떤 항해 등 67편이 실려 있다.

이구락 시인은 해설에서 '꿈은 시를 낳고, 시는 초월을 꿈꾼다'며 "인간 이태수의 삶이 시인 이태수의 삶으로 바뀌어, 완벽한 전업시인이 되고, 그의 일상은 시가 삶에 선행하는 경지에 이르렀다."며, 등단 초기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이 서정을 끌어안고 초월을 꿈꾸고 있으며, 현실에 부대끼면서도 변하지 않는 순수한 인간정신의 불멸성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풀이했다.[응시와 관조] 응시와 관조이태수 시인은 "한해 가까이 자신을 들여다본 기록에 무게중심이 주어져 있으며 바깥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경우도 없지 않으나, 궁극적으로는 바깥을 통해서도 자신으로 귀결되는 말 건넴이자 응답들"이라고 말했다.



시 '물, 또는 내려가기'와 '별, 또는 올라가기'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물'과 '별'로 비유되는 실존적 방황과 초월적 명상이 이 시집의 뚜렷한 상징체계다. 물과 별에 대한 대칭적 인식에서, '내려가기'는 이루어지나 '올라가기'는 거의 좌절로 끝나더라도, 그의 이데아를 찾아나서는 꿈꾸기는 숙명이고, 시마(詩魔)에 빠져 사는 행복한 경지임을 보여준다.

'(상략) 이제 아무도 두레박질을 하지 않는 우물을 / 하늘이 언제나 내려다본다 / 내가 들여다보면 / 나무 그림자와 안 보이는 / 새 그림자와 지워진 낮달이 나를 쳐다본다 /

흐르는 구름에 내 얼굴이 포개진다 / 옛날 두레박으로 길어 마시던 물맛이 / 괸 물을 흔들어 깨우기도 한다' –옛 우물- 중에서[이태수 시인] 이태수 시인'옛 우물'은 버려진 빈 우물이라서 화자의 추억만 가득 고여 있다. 옛 우물은 화자가 그리워하는 내면적이고 본질적인 자아다. 옛 우물은 내가 나에게 주는 거울이며, 내가 나를 바라보는 주체이자 동시에 객체이기도 하다. '내'가 들여다보는 현재시제와 두레박질하던 과거가 오버랩 되면서, 과거와 현재의 시간성이 포개져 있다.

'눈이 내리고 눈송이들과는 달리 / 두 발이 공중에 뜬다 / 함께 떠오르는 내 꿈에 / 샤갈과 슈베르트의 꿈이 포개진다 /

몇 해 전 모스크바에서도 그랬다 / '참새언덕(모스크바 외곡의 야트막한 언덕)의 자작나무에 기대서서 / 눈을 맞으며 하늘을 바라보니 / 샤갈의 꿈이 눈발 사이로 어른거렸다 / 그 꿈을 끌어안으며 / 내 꿈을 그 속에 다져넣고 있는 동안 /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중 / '보리수' 몇 소절이 함께 어우러져 / 아득한 하늘로 나를 들어올렸다 /



내리는 눈송이들 사이로 천사들과 / 바이올린이 날아다닌다 / 내 꿈도 날개를 단 듯 / 이 덧없는 떠돎마저 포근해진다' -눈이 내릴 때- 전문

'나'와 샤갈과 슈베르트의 꿈이 한데 엉겨 펑펑 내리는 눈송이와 함께 비의적(祕義的)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눈 내리는 숲은 포근하고, 샤갈의 그림처럼 몽환적이다. 그의 목소리는 들뜨지 않고, 포근한 감정에 휩싸여 있다.

'다시 부재(不在)' 에서 확인하듯, '부재'라는 관념어도 이태수 시의 키워드 중 하나다. "내가 기다리던 나"는 '나의 부재'이기 때문에 비극적이며 철학적이다. '나를 들려다보기'란 곧 '내 마음 들여다보기'이니, 시인은 아타락시아 또는 정념의 상태를 꿈꾸며, 그곳에 물이 고이고 별이 떠오르도록 기다리고 있다.

한편 시론집 '응시와 관조'는 1, 2, 3부에 박윤배, 이진엽, 구양숙, 이재하, 김윤현, 조두섭, 김찬일, 변형규, 이태형, 은 종, 김루비, 김정숙, 박윤희, 김정옥 등 현역 시인들의 시집에 대한 해설을 싣고, 4부에는 신동집, 전상렬, 윤혜승, 박곤걸, 박해수, 정태일 등 작고 시인들의 시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대구에서 활동하거나 활동했던 시인 중심으로 시론을 실었으며, 비판적인 시각보다는 작품 풀이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근년에 이태수 시인은 시론집 '여성시의 표정', '성찰과 동경', '대구 현대시의 지형도' 등을 낸 바 있으며, 15권의 신작 시집 외에 시선집 '먼 불빛'과 육필시집 '유등 연지' 등을 냈다. '내가 나에게' 149쪽, 1만원/ '응시와 관조' 384쪽, 1만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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