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8    업데이트: 23-12-13 15:49

언론 평론

<미술평>자연회귀와 시원始原에의 꿈 ―이장우의 근작들
아트코리아 | 조회 718

자연회귀와 시원始原에의 꿈
―이장우의 근작들 

 
 이장우는 화단 풍토나 시류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작가다. 오로지 자연과의 친화가 두드러지는 서정 추구의 외길을 걸으며 부단히 그 세계에 천착하고 탐닉한다. 완만한 변모를 보이는 그의 그림들이 귀하게 느껴지는 건 자연에 대한 외경심과 한결같고 겸허한 회귀의 정서가 관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은 주로 범상한 풍경들을 떠올리지만 그 외양에 작가의 개성적인 내면세계가 투영되는가 하면, 질박한 무늬의 감수성과 꿈들이 이를 떠받들고 있다. 특히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정서의 반추, 그것들이 빚어내는 아릿한 향수의 미학, 산과 계곡과 숲과 꽃들에 끼얹는 따뜻한 시선은 그의 그림들이 지니는 덕목들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현실적인 삶과 거리가 떨어져 있는 자연과 전원의 고즈넉한 정경에 즐겨 소요하고 있으며, 그 속의 생명들에 대한 사랑과 시원에의 꿈이 그 내포로 깊숙이 자리매김해 있다. 작가의 서정적 자아는 부단히 자연 속으로 깃들이면서 그 자연에 투사된 심상 풍경들을 길어 올리는 한편 심상에 비친 자연을 서정적으로 길어 올리곤 한다.
 그 공간에는 애틋한 추억과 그리움의 빛깔들이 어깨 겯고 수런대는가 하면, 작가가 도회 인근의 외진 풍경에 마음 가져가는 경우에도 자연의 ‘말 없는 말’이 깊숙하게 다져져 있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그의 그림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지난날로 거슬러 오르게 하는 매력을 발산할 뿐 아니라 그 정서적 울림들은 삭막하고 황량해진 삶을 또 다른 꿈의 공간으로도 이끌어 주기도 한다.
 그의 발길과 마음이 주로 가 닿는 곳은 산과 그 계곡, 숲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는 공간이다. 이따금 인적이 끊겨 적막하지만 따스한 기운을 머금고 있는 전원에 다다르기도 한다. 그 공간들은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기보다는 작가가 궁극적으로 지향하거나 자연회귀에의 꿈이 숨 쉬는 시원과도 같은 세계다.
 작가는 무덤덤하게 자연의 품안에 안기면서 위무되기도 하겠지만, 그 회귀의 정서는 그냥 무덤덤한 것에서 비롯되지는 않아 보인다. 진솔한 감정의 결과 무늬들이 현실 너머로 나아가고 길항하며, 현실 초월의 이데아들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작가도 어쩔 수 없이 물질적 풍요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기계문명 속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그러나 자연은 언제나 변함없이 인간을 품어주므로 작가는 잃어버린 시간과 그것들을 향한 그리움으로 자연 속에 깃들어 따스한 시선을 보내고 끝없이 반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장우는 완만하게 변모하면서 이제 원숙한 경지에 이르고 있다. 근작들에는 보랏빛이 빈번하게 끼어들면서 신비감을 돋우어내며, 감정을 분방하게 풀어놓으면서도 푸근하게 무르익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진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빈도가 가장 잦은 가을 풍경들의 경우 조락의 정조까지 보랏빛을 머금으면서 신비의 공간으로 승화되고 있으며, 작가의 내면을 그대로 반영하듯 너그럽게 가다듬어진 정서가 깊은 울림을 빚어낸다.
 그가 즐겨 대상으로 삼는 장미들은 녹색을 바탕으로 붉은색을 비롯해 노란색, 흰색으로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어 작가의 심상을 다채롭게 반영하며 붉은 들국화, 황매화 등 일련의 꽃들도 생명의 절정을 특유의 시각으로 떠올리고 있어 또 다르게 눈길을 끈다. 이장우의 꽃들은 시원 속의 원초적인 꿈의 상징에 다름 아니게 보이게 하는 건 그 때문인 것 같다.
 이장우는 완만하지만 끊임없이 진화의 길을 열어가는 열정을 유지하는 작가다. 더욱 빛나는 세계를 향해 부단히 정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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