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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론

이태수 등단 50년 스무 번째 시집 ‘유리벽 안팎’...성찰의 육성 서정적 언어에 녹여 / 경북신문 202.5.17
아트코리아 | 조회 395
이태수 등단 50년 스무 번째 시집 ‘유리벽 안팎’...
성찰의 육성 서정적 언어에 녹여 


4부로 나눠 총 76편의 자아 성찰적 시 실어
갈등 정화하는 갇힘과 열림, 그 경계와 초월의 미학



이태수 시인의 스무 번째 시집 ‘유리벽 안팎’.


  “내게 시 쓰기는 현실 속에서의 ‘꿈의 공간 만들기’며 더 나은 삶과 그 세계를 향한 꿈꾸기다. 여전히 시를 쓰는 건 현실 너머 침묵이 잉태하고 있는 말들을 끌어안고 나오려는 안간힘 쓰기에 다름 아니다”

 

  이태수 시인이 인생의 내밀하고 깊은 ‘숲’을 원숙하고 자유로운 시선으로 헤쳐 인식하고 갈무리한 시집을 최근 펴냈다.

   197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태수 시인이 올해 등단 50년째를 맞으면서 스무 번째 시집 ‘유리벽 안팎(문학세계사)’을 발간했다.

  이번 시집은 모두 4부로 나눠 시인의 ‘나이와 같은 수’의 76편 신작시를 실었다. ‘바다 이불’, ‘술잔 속의 파도’, ‘절해고도 2’, ‘자작나무 꿈길’, ‘한겨울 달빛’, ‘꽃 한 송이’, ‘그루잠의 꿈’, ‘낙조’, ‘사람이 그립다 2’ 등을 엮었다.

  시인은 2018년부터 해마다 시집을 내고 지난해는 ‘담박하게 정갈하게’, ‘나를 찾아가다’ 등 두 권의 시집을 낼 정도로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리창 너머 새가 날아왔다가 간다// 새가 앉았던 나무에 바람이 지나가고// 바람이 가고 오는 동안에는// 구름 따라왔는지, 바람을 따라가는지// 먼 날들이 다가왔다가 간다// 지난날 붙잡으려던 미련도 내려놓는다// 산 너머로는 구름이 떠가고// 하늘 저편으로 비행기가 날아간다// 중략...,가서 돌아오는 것들도 가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것들도 간다// 유리창 밖을 바라보고 있던// 내 마음이 그 풍경 속으로 갔다 오고// 돌아와서는 가는 것들을 따라간다/' 

 -‘유리벽 안팎 1’ 중에서.

  그는 일관되게 ‘실존’과 ‘초월’을 기본 명제로 자기 세계를 끊임없이 심화해온 시인이다. 내면적 갈등을 순화하고 정화하는 자기 성찰의 육성을 담고 있는 이 시집은 자아 성찰과 경계 초월, 실존적 생 체험의 인식과 영원을 향한 갈망이 주조저음으로 나타낸다.

  대상과 세계를 향한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자아의 참모습을 찾으려는 부단하고 치열한 모습을 유려하고 원숙한 서정적 언어에 녹여 포용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 비운 자리에 꽃 한 송이 핀다// 저 생명의 절정인 꽃,// 비워서 차오르는 저 절정의 찰나를// 처음이듯, 마지막이듯// 깊이, 더 깊이 끌어당겨 그러안는다// 이 찰나가 영원이듯,// 영원이 바로 이 찰나이듯, 피어나는// 절정의 꽃 한 송이// 마음 내려놓은 자리에 그 꽃이 핀다/'
 -‘꽃 한 송이’ 전문.

  종교적이고 영성적인 색채를 더하고 있는 이 시는 비워서 꽃 피운 절정에서, 그윽한 충만과 평화를 발견하는 시인의 모습 또한 꽃처럼 환하고 맑게 비친다.

  조창환 시인은 이번 시집 해설에서 “변증법적 통합의 원리는 이 시인의 온유한 성품과 진지한 탐구 정신에 기인”하며 “그의 시는 온건하면서 교양이 있고, 중도적이면서 깊이가 있다. 그래서 평이하면서 깨우침이 있는 언어를 구사한다”고 평했다.


이태수 시인.

  1947년 경북 의성에서 출생, 1974년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태수 시인은 ‘따뜻한 적막’, ‘침묵의 결’, ‘내 마음의 풍란’ 등과 지난해 발간한 ‘나를 찾아가다'까지 19권의 시집과 시선집 '먼 불빛', 육필시집 ‘유등 연지’를 냈다.

  대구시인협회 회장, 매일신문 논설 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대구한의대 겸임교수 등을 역임하고 동서문학상(1996), 한국가톨릭문학상(2000), 천상병시문학상(2005), 상화시인상(2020), 한국시인협회상(2021)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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