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37    업데이트: 16-07-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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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목정(霞鶩亭)-길 위의 꿈 11
이태수 | 조회 797

하목정(霞鶩亭)-길 위의 꿈 11

                                                       -이태수


적막이 깊으면 흔들리기 마련인지
하목정은 안팎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삐걱거리는 대문을 열어주려 간신히 마중 나온
노파의 깊고 오랜 주름살 같은 적막을
새로 얽힌 길들이 무차별 포박하고
날아오르는 듯하던 추녀도 맥이 풀어져 있다
이따금 이 정자의 연원을 거슬러 오르는지
멧새들이 그리는 포물선 사이로
옛 나라님의 행차가 잠시 얼비치는 듯도 하지만
달리는 자동차 소리들이 이내 지워버린다
야트막한 신발치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하목정은 지난 세월을 한탄이라도 하려다
안으로 누르고 있는 건지, 표정도 없이
구겨진 채 먼지 뒤집어쓰고 있지만
사랑방 구둘목만은 따스하게 피가 돈다
그 쓸쓸한 따스함으로 한참을 떠나왔는데도
낡은 액자 속의 시 몇 편도 어김없이
지난 시절의 적막을 끌어당기고 있는지
새삼 가슴을 환하게 흔들어 적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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