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37    업데이트: 16-07-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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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얼음꽃
이태수 | 조회 820

다시 얼음꽃

                                         -이태수


마음은 또 저렇게 얼음꽃으로 맺혀 있네.
팔 벌리고 서 있는 굴참나무
빈 가지에 투명하게 매달린 응어리들이
햇살 쪽으로 몸을 밀어 올리네. 어둠을 뚫고
밤새 달려온 빛을 온몸으로 되비추네.

그저께 내린 눈은 여태 산을 뒤덮어
길을 더듬어 가는 사람들이
자기 발자국들을 끌고 가거나 떨궈놓네.
산 발치에 우두커니 서서
떨쳐내도 자꾸만 간밤의 악몽은 되살아나네.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저 차디찬
악몽의 부스러기들. 그 반대쪽으로
가슴 내미는 내 마음은
저도 모르는 사이, 저토록 희고
맑은 얼음꽃으로 맺혀 있네. 허리 구부린
굴참나무 빈 가지들을 흔들며

햇살이 두터워 질수록 완강하게 몸을 비트는
저 처참하지만 투명한 말들.
멧새들이 날아와 작은 부리로 쪼아대도,
사람들은 한결같이 눈길 주다가
감탄사 몇 개씩 던지고 가네.
내 마음 알아주는 사람 아무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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