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37    업데이트: 16-07-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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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1
이태수 | 조회 647

허공 1 
 

                                   -이태수


밤이 오면 어둠의 이랑 사이로
그가 돌아온다. 아득한 허공.
별들은 저마다 그 깊은 곳에 매달린다.
기다리다 지쳐 겨자씨만 해진
마음 한 조각, 가물거리며 떠돌 때
그는 불현듯, 슬며시 다가와
등 두드려준다(그렇게 느껴진다).
둥글어져라, 둥글어져라, 타일러도
풍란처럼 허공에 발을 뻗으며
겨자씨보다 작아지는 이 마음을
그는 어쩌지 못하겠다는 듯,
때를 다시 기다리겠다는 듯,
어둠의 이랑 사이로 돌아가 버린다.
가뭇없이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
별들 마저 안 보이는 캄캄한 허공에
끝내 비워지지 않는 저 마음 한 조각,
이 허드레 불씨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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