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37    업데이트: 16-07-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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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집
이태수 | 조회 660

둥근 집

                                       -이태수


서녘에 해 기울면
길게 드러눕는 내 그림자. 무거워지는
기억들이 발뒤축에 비끄러매여
끌려온다. 서쪽에서 기우뚱하는 저 길들

해는 서산(西山) 아래 돌아가고
누워 있던 내 그림자도 가버렸다.
여기 나는 이대로 웅크리고 앉아
불콰하게 슬리는 놀을 끌어당긴다.

남은 생각을 지우려 안간힘을 쓰는 동안.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낯선 새들이
무명(無明)을 쪼아댄다. 어두운 강 저편에서
그가 다시 돌아오고 있는지. 불현듯

환한 그 언저리. 낯익은 길들의 발자국 소리
가까워진다. 아득한 허공의 발치에서
지워질 듯 흔들리던 나의 집은 이윽고
야트막하게 둥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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