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언제나
하늘은 언제나 거기 그대로다
날이 가고 달이 가도, 해가 가고
이 세상이 자주자주 바뀌어도,
새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노래해도
마냥 제자리에서 내려다본다
꽃들이 피었다 이내 시들고
사람들이 왔다가 모두 떠나가도,
달 뜨고 별들이 총총 이마를 맞대도
무덤덤, 표정만 이따금 바꾼다
천둥과 번개 요란해도,
비 쏟아지고 눈발이 휘몰아쳐도,
세상 뒤집어 무너뜨릴 것만 같아도
끝내 한 마디 말도 없다
귀를 열고 바라보면서
비워지고 다시 차올라도 아랑곳없다
이 세상 모든 걸 죄다 품어 안는
하늘은 언제나 거기 그대로다
언제나 그대로라 잘 보이지 않는다
먼 듯 가까운 듯 안 보이는 건
만물이 그 품에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