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37    업데이트: 16-07-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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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한때
아트코리아 | 조회 1,321
아침 한때

 
 
앞산에서 뻐꾸기 울고 아침이 온다
창문 열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그레고리오 성가
 
갤 듯 말 듯 찌푸린 하늘에
낮게 떠 있는 구름이 성스러워 보인다
 
간밤에는 악몽에 시달렸으나
꿈 깰 무렵에야 황감히 받아먹은 만나*
낯선 광야에서 헤매던 내가
환한 얼굴로 돌아오는 것 같아서일까
멧새소리도 유난히 밝다

트릴** 리듬을 타기라도 하듯이 구름은
내리는 햇살과 어우러진다

더욱 성스러워 보이는 앞뜰의 산딸나무***

심금을 울리던 성가가 멎어도
음반은 여전히 돌고 있는 것만 같다

 
* 옛 이스라엘 민족이 애급 탈출 때 광야에서 여호와로부터 받은 음식물manna.
** 어떤 음과 2도 높은 음이 번갈아 빠르게 연주되는 장식음.
*** 예수 처형 때 쓴 십자가를 이 나무로 만들었다고 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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