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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2004년 12월 18일 문화와 사람-음악치료 연주활동 대구예술대 홍세영 교수
홍세영 | 조회 2,104
문화와 사람-음악치료 연주활동 대구예술대 홍세영 교수

예술치료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홍세영(50) 대구예술대 실용음악과 교수는 아코디언을 맨 사랑의 전도사다. 계명대와 미국 롱아일랜드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홍 교수는 대학 1학년 때인 1973년 향촌동의 주점에서 아르바이트 연주를 하면서 아코디언과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학업에 열중하기 위해 아코디언 연주를 그만 둔 그는 몇년 전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음악치료를 위해 다시 아코디언을 잡았다.

"음악치료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연주자가 자신의 음악적 미를 과시하려는 대신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서 연주하면 그게 바로 음악치료가 됩니다. " 홍 교수는 음악치료의 시작은 연주자의 음악에 대한 인식 변화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우연한 기회로 음악치료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지난 2001년 입원한 동생을 돌보기 위해 병원 중환자실에서 밤을 새우면서 환자들의 고통을 본 것이 계기. 홍 교수는 그 해 7, 8월 여름방학 동안 파티마병원에서 말기암 환자들을 위해 첫 음악치료 연주를 시작했다.

그 후부터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를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다. 이듬해에는 칠곡의 치매병원인 '실버그린하우스'를 매주 목요일마다 방문했다. "연주를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치매 노인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로부터 연주를 들은 환자들의 저녁 식사량이 늘어나고 활기가 넘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 음악치료의 가능성을 확인한 홍 교수는 이때부터 보다 체계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 결실로 지난 5월 대구예술대 예술치료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음악, 미술, 공연예술, 상담심리, 놀이, 종교심성치료 연구분과와 함께 대구예술치료공연단 등 기구를 두었지만 여건 미비로 활동은 음악치료연구분과와 예술치료공연단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클래식기타, 피아노, 드럼, 키보드, 색소폰 등을 전공한 대구예술대 졸업생과 재학생 20여 명이 예술치료공연단에 참여하고 있다. 예술치료연구소는 지난 6월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구미호스피스회 사랑의 쉼터 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음악회'에 출연하면서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이어 순천향대학 구미병원 '사랑과 희망의 음악회', LG마이크론이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마련한 '웃음과 쉼이 있는 음악회'와 구미등대교회 방문 등 잇따라 무대에 섰다. 홍 교수는 예술치료공연단을 이끌면서도 개인적인 음악치료 연주를 계속하고 있다.

예술치료공연단이 청중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예방적 차원의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면, 홍 교수는 장기적인 연주를 통해 환자들의 신체, 심리 상태를 개선하려는 음악치료 활동을 주로 맡고 있다.

장기 음악치료를 할 경우 연주 초반에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종교음악 등을 연주하고 이어 동심의 세계로 인도하는 동요, 마지막 부분에서는 기운을 북돋워주기 위해 환자가 좋아하는 곡 순으로 레퍼토리를 짠다. 음악치료 활동의 보람과 함께 환자를 떠나보내야 하는 슬픈 일도 많았다. 지난해 말 암으로 숨진 50대 가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1년 간 연주를 통해 나름대로 음악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숨졌습니다. 그 분이 죽고 난 뒤 부인이 제게 병상일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음악을 통해 얻은 환희와 고마운 마음을 담은 일기를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

홍 교수는 "음악은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절대 병마와 싸워서 지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라면서 "아직 음악치료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아 아쉽다"라고 했다.

"음악치료가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대학이 학교 차원에서 대학원 과정을 개설한 것이 전부입니다. 치료는 과학적 증명을 요구하는데 아직 국내는 그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음악치료보다는 음악 요법이라는 말이 더 정확합니다. "

홍 교수는 대학에 음악치료실을 설립하고 관련 논문도 활발하게 발표, 음악치료의 제도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예술인의 과제라고 강조하면서 힘 닿는 데까지 연주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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