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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곡신불사(谷神不死) 30x25 cm
아트코리아 | 조회 829

[일사일언] 곡신불사(谷神不死)계곡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

이진복 기자, 기사입력 2017-06-28

 

谷神不死,是謂玄牝,玄牝之門,是謂天地根,綿綿若存,用之不勤
곡신불사,시위현빈,현빈지문,시위천지근,면면약존,용지불근

신이 죽지 않고 영원 불사하는 溪谷(계곡)이 있으니 그 골짜기의 이름을 일러 현빈이라 한다.
그 계곡의 문이야 말로 천지가 시작된 곳이니 그로부터 이어지기가 영원하지만

결코 쓰이고자 노력하지 않는 도다.

▲  곡신불사 현천 박영달 작   


가뭄이 들어 세상이 모두 타들어가더라도 마르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계곡이다. 계곡은 세상의 모든 것이 말라도 마르지 않는 정신을 갖고 있다. 가장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낮은 곳으로 임하는 계곡의 정신이야말로 가장 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지닌 원천이다.

 

이 계곡의 정신을 노자 ‘도덕경’에서는 곡신(谷神)이라고 한다. 곡신은 남성적이고 위협적인 강함보다는 여성의 부드러움이 강조되고, 강하고 딱딱한 모습보다는 부드럽고 유연한 모습이 중요하며, 나이 들어 경직된 모습보다는 어리고 순진한 모습이 바로 곡신이 담고 있는 다양한 의미이다.

 

박근혜 정부의 탄핵과 여소야대의 문재인 정부가 수립되었지만 아직도 정국은 정상화되지 못하고 혼란한 시기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거기에는 강한 것이 오래 가고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기존의 잘못된 생각이 여전히 팽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의 나약한 힘으로 박근혜 정부를 탄핵하듯이, 부드러움과 낮춤 그리고 포용의 계곡 정신이 어떤 시절보다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