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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야사 (이백시)
관리자 | 조회 486

고향을 그리워하는 나그네의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였다. 이 작품은 맑고 신선하고 소박하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풍부함을 준다. 시인은 구체적으로 장황하게 말하지 않지만, 읽는 이에게 충분히 공감을 전달하며 긴 여운을 준다.
 
          床前明月光, 疑是地上霜. 擧頭望明月, 低頭思故鄕.
 
         침상 앞 스며드는 밝은 달빛,
         땅에 내린 서리가 아닌가 생각하였네.
         고개 들어 산 위에 뜬 달을 바라보고,
         그만 머리 숙여 고향을 그리네.
 
작품해설
 
이 작품은 726년 당 현종 14년, 이백이 26세 때 양주객사(揚州旅舍)에서 <추석여회(秋夕旅怀)>와 더불어 지은 것이다. 이 작품에는 고요한 달밤에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홀로 타지에서 바쁘게 생활하는 시인. 밤이 되니 문득 잊었던 고향 생각이 절로 난다. 게다가 하늘에는 밝은 달까지 떠오르니 고향 생각이 더욱더 간절해진다. 나그네에게 밤은 돌아갈 곳 없는 자신의 처지를 절실히 느끼게 해준다. 작품에 등장하는 달은 한없이 밝지만, 시인에게는 가을 달이고 서리처럼 차가운 존재다. 추석을 전후로 뜨는 가을 달은 다른 이들에겐 풍요롭고 행복한 것이다. 그러나 타향을 떠도는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시인에게 달은 차가운 서리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시인은 잠결에 깨어난 탓인지 침상 앞을 비추는 청량한 달빛을 지면에 내린 서리로 착각하였다. 서리는 달빛의 고결함, 가을의 차가움으로 형용된다. 이를 통해 타향을 떠돌아다니는 시인의 처지, 그 마음이 잘 드러났다. 시의 후반부에서는 고개를 드는 것과 숙이는 동작을 통하여 고향 생각이 깊어짐을 표현했다. 달빛이 서리처럼 보이는 모호함에서 깨어 나온 시인은 머리를 들어 달을 보면서 고향 생각을 참지 못한다. 이백의 작품은 주로 남성적이고 즉흥적인 것이 많다. 하지만 이 작품만큼은 여성적이고 감성적이고 섬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