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    업데이트: 18-07-11 11:43

작가노트

계사년 정월 보름 비슬 산방에서 효산(2013)
심상훈 | 조회 1,099

계곡을 막고 서서

자신의 키를 키워오던 거대한 얼음 폭포 아래로

작은 물방울이 네온사인처럼 분주히 움직인다.

계절의 프로세서를 나르는 물방울 속에서

봄은 비로소 시작 된다.

그들의 움직임을 따라 작은 음률이  은하수처럼 흐르고

무채색의 대지는 화려한 생명의 빛으로 다시 태어난다.

꽃과 나비와 벌 그리고 해와 달…

계절의 패러다임…

억겁의 세월...

여전히 상투 적이지만 여전히 경이롭고

아름다운 지구의 봄이다.

먹의 번짐에

개울물은 다시 소리를 내고...

먹의 농담에

어둠과 빛이 교차 한다.

돌아보면,

회색의 여백과 불연속선의 삶을 가르는 작업의 연속이다.

그 여미 거리 에서 푸른빛으로나마

작업을 마감하고 싶어 하지만

여전히 숨이 차다.

세상은 여전히 상투적이지만

여전히 경이롭기 때문이다.

 

나즈막한 감나무가 내려앉은 토담위로 해묵은 감꼭지 하나가  떨어진다.

까치밥으로 나누고 나누어서,

이제 꼭지만 남은 하찮은 존재하나가

오로지 나의 기도가 되기를 바란다.

- 계사년 정월 보름 비슬 산방에서 효산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