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5    업데이트: 22-01-18 09:15

보도자료

차분함과 파격의 이중주…고향을 소환하다 / 대한경제 레저문화 > BOOK/문화 / 2022-01-18
아트코리아 | 조회 484


손문익 화백, 대경뮤지엄서 ‘향鄕-꽃이야기’展



노란 유채꽃이 만발 드넓은 들
녹음이 짙어가는 푸르른 여름
붉은 단풍으로 물든 가을들녘
적막한 겨울…사계절 풍경들
박목월의 시 닮은 그림 40여점
“도시의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
포근한 고향의 자연 일깨우고파”




손문익 화백이 작품 ‘향鄕-꽃 이야기( 캔버스에 유채, 2016)’ 앞에서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


[e대한경제=이경택 기자] “빛나듯 노란 유채꽃이 만발한 드넓은 들, 녹음이 짙어가는 푸르른 여름, 정겨운 붉은 색의 단풍으로 물든 가을들녘, 적막한 겨울 등을 때로는 세심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표현해내는 화폭은 시적(詩的)이며 아름답다.”

요즘 건설회관(강남구 언주로) 1층으로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풍경들이다. <e대한경제>가 운영하는 대경뮤지엄은 대한건설협회와 건설공제조합의 후원으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화폭에 담아온 손문익 화백 초대전 ‘향鄕-꽃이야기’전을 지난 17일 개막했다. 


‘빛나듯 노란 유채꽃~“으로 시작하는 홍익대 미대 김은지 교수의 손 화백 작품에 대한 설명글처럼 대경뮤지엄이 자리잡은 건설회관 1층에는 어릴 적 뛰어놀던 고향에 대한 정겨운 추억이 넘친다.

전시장에는 손 화백의 최근작 40여점이 걸려 있다.

작품을 대하면 우선 마음이 밝아진다.  자연 풍경 속 하늘, 바다, 나무, 하늘의 달, 꽃과 새들이 우리 무의식 속 포근한 고향의 자연을 일깨운다.  작품 앞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어릴 적 아련한 추억을 들추면 맑은 영혼을 가진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네들이 흥겹게 뛰놀던 꽃동산엔 언제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가득했는데. 어릴 적 추억을 들추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진하게 서려오는 법입니다. 도시 삶의 허구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겐 더욱더 그렇지 않을까요.”

사실 미술 작품 앞에서 작가의 그 같은 마음 정도만 공감한다고 해도 전시는 성공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미술비평가들은 손 화백의 작품에 대해 조금 더 전문적인 해석을 추가한다. 김은지 교수는 이렇게 평했다.

“색채만으로 면을 나누어 공간을 형성해 나가며 독창적인 그만의 회화를 완성해내는 과정에서 두드러지는 손 화백의 색감의 응용과 색채에 대한 창작적 이해는 20세기 초 피카소 등으로 대변되는 야수파의 의도와 목적이 21세기에도 그 맥이 이어지는 것을 보게 한다.”


손문익 화백의 ‘향鄕-꽃 이야기(캔버스에 유채)’ 연작들 

미술평론가이기도 한 변종필 제주현대미술관 관장은 그의 페인팅 기법에 주목해 이 같은 설명도 했다.

“그의 작품이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실질적인 힘은 곡선에 있다. 이러한 곡선은 언덕, 초가지붕, 나무, 꽃잎, 달, 새를 포함한 화면 전체에 표현된 대상들에서 쉽게 확인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마티에르 기법이다. 나이프를 이용한 독창적인 표면처리는 투박하지만 섬세하고, 거친듯하지만 부드럽다. 그의 독창성이 빛나는 대목이다.”

실제로 손화백의 작품은 일견 화사하게 다가오지만 가까이 다가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새로운 면이 보인다. 우선 작품 ‘향鄕-꽃 이야기, 캔버스에 유채, 2016’을 보면 캔버스에 표현된 ‘화병’ 때문인지 언뜻 수화 김환기의 ‘달항아리’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꽃이 담긴 화병이 있고, 창 너머로 달이 떠있고, 그 옆에는 발이 쳐져 있다.

그러나 ‘작품성’을 떠나 손 화백 특유의 공간분할과 색감의 응용은 수화 작품과는 분명히 다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고향의 흙담을 연상시키는 향토색 바탕이다.

변종필 관장이 말한 ‘마티에르’도 주목해볼 만하다. 꽃과 하늘, 달 등 정겨운 화폭 위에 이질적으로 돌출한, 잘게 쪼개진 색종이들이 중첩돼 붙여진 듯한 부분들은 파격이면서 동시에 작품 감상의 폭을 넓혀준다. 작가는 이를 제소(석고, 아교를 혼합 재료)와 나이프의 작업을 통해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차분함’과 ‘파격’이 공존하며 만들어내는 화폭의 하모니는 관객들에게 ‘고향’ 이상의 예술적 공감을 유발한다.

“제 작품의 기본적인 정서는 김소월도 아니고, 유치환도 아니고 소박하면서도 시적 정감이 넘치고 약간은 거친 박목월 시와 닮은 듯합니다. ‘고향’이란 주제도 그렇고요. 그래서 제가 박수근 선생님을 제일 좋아하는지도 모릅니다.”

한편 대구 구상화단을 지켜온 손 화백은 이번 초대전을 포함해 그동안 모두 46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국전에서 여러차례 입상했으며 석미회, 한울회, 빛과색, 그리메, 현대작가연합회 등을 이끌며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장두건 화백이 만든‘이형회(以形會)’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전시는 2월28일까지.

이경택기자ktlee@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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