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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위에 고무밴드를 감은 의자를 놓은 까닭은? 2015-12-09 영남일보
아트코리아 | 조회 904


31일까지 갤러리신라에서 초대전을 가지는 송광익 작가가 전시작 앞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송광익展
소통과 권력… 전통과 현대…
“현대사회 다양한 모습 담아”

송광익 작가의 작품은 마치 시골과 도시가 한 화면에 공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고향에 있는 듯 정겹고 친근하면서도 도시인처럼 현대적이면서 세련된 이미지가 느껴지는 것이다.

왜일까. 송 작가는 한지, 신문, 먹을 주재료로 작업한다. 자연스러운 빛깔 그대로의 한지를 기본으로 해 한지와 신문에 먹을 묻힌 것을 작가가 직접 오리거나 찢어서 작품에 하나하나 붙여나간다. 그래서인지 한지와 먹이 주는 느낌이 한국의 전통적 아름다움과 거기서 느낄 수 있는 푸근함, 정겨움 등을 유발시킨다. 그러면서도 그의 작품은 현대적 감각을 강하게 드러낸다. 흑색과 백색의 모노톤이 큰 화면을 장악한 데서 오는 세련미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만의 방식으로 한지를 일일이 오려붙여 평면 위에 입체적 느낌이 나도록 작품을 구성하는데 공기의 흐름에 따라 흔들리는 한지의 가녀린 움직임은 보는 이들에게 묘한 정서적 감흥을 준다. 정지상태일 수밖에 없는 평면작품에 박혀 있는 수많은 한지조각들의 움직임은 나비의 날갯짓 같기도 하고 무성한 나뭇잎의 흔들림 같기도 하다. 이는 보는 이들이 자연 속에 있는 듯한 신선함, 상쾌함도 준다.


 


어릴 때 한지에 얽힌 많은 추억을 간직한 작가는 2000년대 초반에 자신의 작업에 획기적 변화를 시도하는데 한지를 이용해 반입체적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캔버스에 붓질을 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한지를 직접 찢고 붙이는 기법을 도입했다.

송 작가는 한지의 가장 큰 매력으로 ‘생명력’을 꼽는다. 한지가 숨을 쉰다고 여기는 그는 바람과 소리 등을 통하게 하는, 즉 소통하는 재료가 바로 한지라고 말한다,

“소리, 바람 등이 통하는 것은 느낌이 통한다는 것이고 이는 살아있다는 의미이자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어릴적 한지가 발려 있는 문의 너머에서 들리던 어머니와 할머니의 목소리, 문종이에 뚫린 구멍으로 봤던 어머니의 밥짓는 모습 등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이런 기억들이 한지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도록 해준 것입니다.”

 

하지만 올해 송 작가는 기존의 이런 한지 작업에 새로운 시도를 했다. 플라스틱 간이의자에 까만 고무밴드를 감아 검은색 고무의자처럼 보이는 오브제를 그의 한지작업에 접목한 것이다.

“고무는 한지와는 완전히 다른 재료이고 그 이미지 또한 180도 다릅니다. 딱딱하고 무겁고 소통이 전혀 안 됩니다. 의자는 지위, 권력을 상징합니다. 한지가 전통적 느낌을 주는 데 비해 의자는 예쁘지만 현대적 감각을 지니고 있지요. 이런 의자에 검은색 고무밴드를 감아 만든 것을 한지작품 위에 덧붙임으로써 상반되는 재료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이미지를 주는 작품입니다. 의자를 통해 권력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의 모습도 담아내려 했습니다.”

송 작가의 작품이 겉으로 보이는 것은 모노크롬이지만 그 속에는 이번 작품처럼 늘 우리 사회의 모습이 녹아있다. 그가 한지만 고집하지 않고 신문을 재료로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문에 먹을 들여 사용하지만 그 먹물 사이로 기사들이 살짝 보인다.

“신문은 인간사, 우리 사회의 모습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신문을 작품재료로 사용함으로써 우리 삶의 모습, 역사 등을 작품에 담아내려 했지요. 의자 역시 신문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보기에는 모노톤의 단순한 작품이지만 이 작품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들이 집약돼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단순미를 주는 그의 작품은 보는 이들이 눈길을 쉽사리 돌리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송 작가의 변화된 작품들을 통해 우리 삶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주는 전시는 9일부터 31일까지 갤러리신라(대구 중구)에서 펼쳐진다. (053)422-1628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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