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8    업데이트: 23-09-11 17:07

언론&평론

이세하 월간 인터뷰
아트코리아 | 조회 774
클래식 음악에서 모티브를 얻은 4차원 화면분할, 시공 초월하는 하모니의 매력 선보여
“평생의 벗인 음악의 감성과 커스텀 컬러로 독자적인 환상과 풍경을 연주한 나의 그림”

서양화가 이세하 작가

풍경으로 화음을 이룬 각양각색의 에피소드들, 여린 커스텀 컬러들이 환상적인 배경을 떠다니는 일상에의 초대, 오려붙이는 대신 같은 테마 안에서 영역을 나누어 색을 채워 넣는 콜라주. ‘시각적으로 연주하는 음악’의 좋은 사례가 될 서양화가 이세하 작가의 작품들에는 사물의 이미지와 환상이 혼재한 상태로 재배치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 독특한 소재들은 꼭 소장하고 싶을 만큼 공감과 친근함의 요소를 지녀, 달리의 그림처럼 악기, 주전자, 자전거, 꽃, 의자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과 풍경이 초현실화된 4차원 공간에서 펼쳐진다. 바이올린 협주곡을 특별히 사랑하지만, 모든 종류의 클래식을 좋아하며 그림의 영감을 얻는다는 이 작가를 인터뷰하는 작업실에서는 쇼팽의 녹턴 제2번 E♭장조 Op.9가 은은하게 흐르고 있었다.

조화(harmony)는 나의 힘, 조화는 곧 아름다움이기에 음악의 주제를 그림으로 연주하다

서양화가 이세하 작가의 메인 테마, ‘하모니’ 시리즈는 오래 전, 고교시절 KBS FM이 개국하여 클래식 음악만이 흐르는 방송을 접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전북 부안의 작은 면소재지에 살면서 라디오를 매개로 유럽의 정취와 문화를 접한 이 작가는 음악 예술에 반해 10여 년 간 해외에 체류하면서 세계 음악연주자들의 실황공연현장을 접했고, 가장 많이 머물렀던 밴쿠버에서는 그리던 대초원과 광활한 바다, 문명과 세계의 클래식음악의 공존을 느끼며 영혼을 고양시켰다. 마치 태권도를 계기로 한국의 스님이 된 벽안의 청년처럼, 부안에서 자라난 이 작가의 영혼도 서양 고전음악과 이국의 문명이 피어난 현장에서 안식을 찾은 것이다. 캐나다에서의 11년 간 이 작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주로 그렸지만, 평소 원하던 음악의 시각화는 ‘하모니’라는 주제를 본격화한 3년 전부터 꽃피우기 시작했다. 하모니는 음악 속에도 있었지만, 현실소재를 만나고 이미지의 영감을 음악으로부터 얻으면서 진짜가 되었던 것이다. 

음악을 연주하는 지휘자나 작곡가가 된 양 상상의 나래를 펼친 이 작가는 붓 끝으로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시작한다. 언제나 작업과 구상 단계에서 클래식을 틀어 놓는 이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도 항상 조화(하모니)를 이야기하며, 조화는 곧 아름다움이라는 자신의 지론을 펼쳐 보인다. 세상에 하나뿐인 개성으로 가득한 이 작가의 그림들은 작가들이 누구나 꿈꾸는, 독창성 분야에서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누구에게나 친근한 부드러움을 겸비했다. 이 작가는 음악으로 받은 영감을 조각으로 표현하고자 한 때 조각 작업에 몰두하기도 했지만, 4차원의 영역과 상상력을 자유로이 조화시키는 데는 역시 캔버스만한 공간이 없었다고 한다. 로스코가 단 2가지 색을 표현해 세계를 압도시킨 현장이 거대한 캔버스였듯, 이 작가는 컬렉터와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주제와 소재가 완성된 이상,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그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다음 전시에서는 100~500호 혹은 그 이상으로 큰 그림을 그려, 국내 뿐 아니라 세계에서 통용되는 규모와 양적인 면도 충족시킬 것이라고 한다. 

초현실과 현실을 넘나드는 물 먹은 핑크와 그린, 마젠타 톤의 판타스틱한 색채미학

작가가 좋아하는 쌩상, 시벨리우스, 브룩, 차이코프스키, 모차르트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작곡가들이 그러했듯 이 작가 역시 독자적인 세계관과 신념 속에서 작품을 만든다. 소리에는 자연의 질서가 담겨 있고, 음악 역시 자연의 미학을 접하고 만들어진데 의의가 있기에, 이 작가는 화가이면서도 기존의 화가들보다는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다고 전한다. 따라서 음악은 이 작가와 필수불가결한 관계이며, 가장 좋아하는 바이올린 디테일의 전체 혹은 일부를 차용하여 에프 홀(F Hole)과 브릿지 부분을 분할된 화면 속 숨은그림찾기처럼 배치하고, 단서를 넣은 추리소설의 삽화처럼 주제의 일부를 그림 속에 삽입한다. 또한 이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소품보다는 규모가 큰 협주곡 또는 심포니라는 것은 절제와 개성이 공존하는 다양한 화면분할의 미학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 작가의 그림에서 접할 수 있는 색다른 점은 마젠타, 물 탄 핑크·연두·그린·블루의 톤이다. 음악과 그림을 사랑한 디자이너 코코 샤넬의 정체성인 샤넬 퀼팅백의 메인 컬러이기도 한 이 색들에 깊은 인상을 받고 ‘하모니’의 단서를 찾은 이 작가는, 음악적 상징물들을 그 파스텔컬러 그림 위에 부유하듯 띄워 삽입했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이들이 샤넬을 보고 열광하듯, 이 작가의 작품에도 소장을 원하는 열렬한 여성 팬들의 마음속에 감각적으로 어필하는 은근한 매력이 있다. 유럽의 클래식음악이 부안군 변산반도 솔섬이라는 현실 속의 장소에서 옷을 갈아입었듯이, 지난 해 3월 개인전 ‘하모니-사색과 행동’과 뒤이은 4월의 부스전인 ‘하모니-동행’에서는 환상과 무질서, 조화 사이에서 현실이라는 거점을 두고 영원히 투어를 반복하는 연주자이자 작곡자라는 매력적인 존재이다. 또한 2016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2017서울모던아트쇼, 2018한,루마니아 미술문화교류전 등을 비롯한 단체전에 다수 참여했으며, 하모니에 대한 해석의 폭을 기본 바탕 안에서 변화시키던 이 작가는 <시간의 하모니>라는 작품을 소개하며, 이 테마에서도 많은 시간과 시공간의 변화, 시점의 혼재 속에서 변치 않는 하모니라는 주제에 대한 경배를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재_월간 ‘인터뷰’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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