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9    업데이트: 20-06-10 10:47

자유게시판

[인연 .22] 대구예총 류형우 회장과 대구문화예술회관 박재환 관장 - 영남일보 - 김수영기자 이지용기자 2015-01-13
아트코리아 | 조회 1,054

인간적인 ‘끌림’에서 ‘순수예술’로 통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의 객석에 앉은 대구예총 류형우 회장(왼쪽)과 대구문화예술회관 박재환 관장.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대구문화예술회관 야외광장에서 포즈를 취한 류 회장(왼쪽)과 박 관장.

 

박재환 대구문화예술회관장(55)과 류형우 대구예총회장(57). 두 사람은 현재 대구지역 문화예술계를 이끌어가는 리더다. 두 사람 모두 대구지역 문화예술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터라 이래저래 얼굴 볼 일은 간혹 있지만 이들이 개인적으로 만나 친분을 쌓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초였다. 당시 박 관장은 대구음악협회 부회장, 류 회장은 대구음악협회 후원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었다. 후원회에서 음악협회를 돕다보니 자연히 만남이 잦아졌고 개인적 친분이 쌓이게 됐다.

하지만 사람 사이라는 것이 자주 만난다고 가까워지는 것만은 아니다. 서로 끌림이 있어야 가능하다. 두 사람이 서로 가까워지도록 이끈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류 회장이 먼저 운을 뗐다.

그는 박 관장은 한마디로 ‘하고재비’라고 표현했다. 하고재비는 경상도 말로 무슨 일이든지 안 하고는 배기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흔히 예술인들이 소극적인데 박 관장처럼 적극적인 사람을 처음 봤다는 류 회장의 이야기였다. 특히 협회 일을 하는 데 있어 자신의 일처럼 적극 뛰어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보기 좋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류회장이 본 박관장은 ‘하고재비’
무슨 일이든 내 일처럼 적극 활동
적은 예산에 音協활동 확대 ‘열정’
전업음악인 후배 생계 늘 걱정해

박관장이 본 류회장은 ‘예술 지킴이’
지역 음악인 저력 알리는데 성과
‘박태준 기념사업회’창립 이어져
문화예술교육사업 활성화 합심

“박 관장은 플루트를 연주하는 음악인 입니다. 당연히 음악에 대한 열정은 있으려니 생각했지만 음악협회 부회장으로서 협회 일을 해나가는 데 일반 음악인과는 다른 추진력과 기획력이 때때로 느껴져 보기 좋았습니다.”

이런 좋은 감정은 2009년 박 관장이 대구음악협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더욱 커졌다. 류 회장은 박 관장이 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을 보면서 ‘준비된 회장’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말도 전했다. 부회장으로 4년간 있으면서 회장직을 수행할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직접 협회를 진두지휘하게 된 박 관장이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확대해 나가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역시 자신이 봤던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맞았구나 하는 확신이 든 것이다.

류 회장은 박 관장의 인간적인 모습에도 매력을 느꼈다. 두 사람 모두 술을 좋아해 자주 술자리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박 관장은 자주 후배음악인들을 걱정했다.

“후배 걱정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후배들이 유학까지 다녀왔는데 전업음악인으로는 생계유지가 힘들어 대리운전까지 하면서 활동을 하고 있다며 가슴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후배를 도와주어야 하는 게 선배인 자신의 책무라는 말도 빼놓지 않고요. 이런 인간적인 모습이 더욱 깊은 정을 느끼게 했습니다.”

박 관장이 음협 회장으로 있으면서 추진한 사업 중 대구음악협회 후원회를 대구음악발전포럼으로 바꾼 것도 눈길을 끈다. 음악협회 후원회도 좋은 일을 많이 했지만 후원회는 회장이 바뀌면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후원회는 주로 회장이 주도해 결성하는데 이를 결성할 당시 자연히 회장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보니 회장이 바뀌면 후원회의 활동이 주춤해지곤 했다. 그래서 박 관장은 이를 대구음악발전포럼으로 바꾸고 단순히 대구음악협회만 후원하는 것이 아니라 대구지역 음악인을 돕고 이를 통해 대구음악 전반을 발전시킬 수 있는 성격으로 사업범위도 확대했다.

박 관장은 대구음악발전포럼을 새롭게 결성하면서 회장 선임에 고민을 거듭했고 그 최선의 방안으로 택한 것이 류 회장을 모셔오는 것이었다.

“단순히 저와 친하다는 이유로 류 회장을 음악발전포럼의 회장으로 모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류 회장을 만나면서 의사이지만 예술 전반에 대한 식견이 많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분이 음악포럼을 이끌어가면 음악협회와 대구지역 음악계는 물론 지역 문화계 전반을 발전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실제 류 회장은 대구 수성문화원초대원장, 대구미술발전위원회 부회장,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집행위원, 대구문화재단설립추진위원, 대구아트메세나 회장, 대구호러공연예술제 조직위원장 등을 맡으며 대구지역 문화계 전반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었다.

대구음악발전포럼은 2009년 발족된 뒤 대구출신의 음악가인 박태준과 현제명 현창사업의 일환으로 세미나를 개최한 것을 비롯해 대구지키미를 위한 음악회, 소외계층을 위한 음악회, 기업체방문음악회 등 특색있는 음악회를 열어 주목받았다.

특히 2010년과 2011년에는 음악협회가 주최하는 ‘대구음악제’ 기간에 ‘박태준, 현제명 재조명 세미나’를 열어 지역출신 음악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지역음악의 저력을 널리 알리는 성과도 얻었다. 이 세미나가 토대가 돼 2012년에는 ‘박태준 기념사업회’가 창립됐다. 이 사업회는 현재까지 잘 운영되고 있다.

박 관장은 류 회장이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이 많은 것도 자신과 잘 맞는 부분이라는 말도 했다. 류 회장은 2013년부터 대구경북자유교육연합 상임대표를 맡고 있을 정도로 교육에 관심이 많다. 대신대 교수이기도 한 박 관장은 교수라는 자리 자체가 교육과 밀접한 영향이 있던 터라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을 늘 강하게 느껴왔다. 이런 의욕은 2011년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회관의 문화예술교육사업 활성화로 이어졌다.

“최근 학교폭력, 학생들의 잇단 자살 등이 사회문제가되는데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학교에서 음악 등의 문화예술교육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입시 위주로 교육이 흐르다보니 학교에서도 문화예술교육이 홀대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사회분위기가 아이들의 정서를 더욱 메마르게 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듭니다. 그런 측면에서 어릴때부터 문화예술교육을 더욱 강화할 필요성이 있는데, 류 회장은 저의 주장에 적극 찬성을 해줬습니다.”

류 회장의 이같은 칭찬에 박 관장은 올해 대구예총의 신규사업에 대해서 한마디 거들었다. 대구예총이 올해 새 사업으로 5월 대구청소년예술제를 여는데 이것이 미래의 문화예술인은 물론 문화예술 소비층을 만드는 데 좋은 영향을 줄 것이란 설명이다.

최근 문화산업화 등의 흐름을 타면서 순수예술이 위축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데서도 두사람은 깊은 공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각자 자신이 자리한 분야에서 순수예술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두 사람은 “현대는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의 쓰나미시대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예술의 기본인 순수예술이 위축될 위기에 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한 목소리를 낸 뒤, 순수예술이 시민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고 이를 통해 문화예술 인구의 저변을 넓히는데 노력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류 회장은 특히 박 관장이 대구문화예술회관에 온 뒤 기업체, 공공기관을 직접 찾아가 음악회를 여는 등 예술이 대중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활성화시킨 것에도 후한 평가를 내렸다.

이처럼 두사람이 순수예술 활성화에 한뜻을 가진 이유는 대구 문화의 저력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의 경우 예술 전 분야에서 대단한 문화적 저력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 문화예술 전반이 수도권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지역예술이 상대적으로 위축돼 안타깝습니다. 이렇다 보니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지역예술의 부흥에 더욱 큰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고 이런 열정이 우리 두 사람을 더욱 친하게 만들어준 듯 합니다.” 류 회장의 설명이다.

류 회장은 이런 열정에서 나온 것이 결국 박태준기념사업회 결성의 토대를 마련한 것인데, 앞으로도 예술에 대한 열정을 잃지않고 이처럼 지역문화계 발전에 의미를 줄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도 이야기했다.

활동하는 장르는 다르지만 지역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깊은 고민이 두 사람의 의식을 하나로 묶었다. 두 사람의 이같은 뜨거운 의지를 보면서 대구 문화예술계의 밝은 미래를 보는 듯했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덧글 0 개
덧글수정